그러니까 사람들이요
어떻게 죽거나 미치지 않고 사는 걸까요. 커트 보네것은 'So it goes." 라는 말을 그리도 즐겼고. 꼴초였으면서 잘만 살다가 지붕 고치러 올라가서 떨어져 죽은 걸 보면... 그 사람은 삶을 살았던 게 맞아요. 제 관점에서는 그래요.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었어요. 겪은 게 아무것도 없어서. 또는 수치스러워서. 이목을 끄는 글이야 쓸 수는 있겠죠. 이건 더 자르고 더 붙이고. 그러고 싶지 않아요.
어느 글에서 본 어느 작가의 얘기가 생각났어요. "무언가를 먹는 기억은 살아있음을 환기시키는 가장 중요하고 일반적인 장치이다." 그런데 이 사람 그런 말도 했다더라. "다른 여자를 만진 손으로 내 아내를 만져도 내 아내는 그저 웃기만 한다." 글쓰기를 부끄러워 하면 안 된다는 맥락으로 저 말을 인용했던데... 저게 부끄러운 게 아니잖아요. 아무튼.
이천십팔년을 기준으로 여름을 제외하고 모든 계절이 엿같은데, 자꾸만 제가 잡아 주길 바라면서 죽고 싶다 혹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 거다 읊고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상처를 안 받을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손목에 그림을 그렸는데 못 죽었다고 하면 저는 다음엔 이렇게 해 보라고 알려줄 거예요. 관련 없는 사람이라도 죽는다는데 괜찮을 사람 같은 건 없어요. 내가 그래서 김사과 김애란의 글을 못 읽어. 김사과의 천국에서. 그 책에서 그런 구절이 나와요.
"... 근데 다들 내 탓 아니라고 위로만 해. 제일 날 미치게 만들었던 게 뭔지 알아? 사람들이 이해를 못해. 내가 그런 일로 혼이 나갔다는 걸. 네 가족도 아니잖아? 애인도 아니잖아? 아니 씨발, 너는 인식능력이 지렁이 수준이냐? 너랑 관련 없으면 못 슬퍼해? 너랑 피를 나누거나 떡을 친 상대가 아니면 공감능력이 발휘가 안 돼? 너는 그래? 그렇게 모자란 새끼냐 너는? 추상적 차원의 사고능력이 없어? 그런데 인간이야? 개새끼야, 인간이면 생각을 해 보라고. 근데 진짜 다들 이해를 못하더라고. 물론 그것도 이해해. 나도 내가 그러는 게 이해가 안 됐으니까. 하지만 어떡해?"
저는요. 그럼에도 사람을 사랑해요. 악습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