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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어리 Nov 23. 2022

외향성의 시대를 살아가기

내향인의 행복 찾기

"The Power of Introverts" 인상 깊게 들었던 수전 캐인(Susan Cain)의 TED 강연 제목이다.

내향성의 DNA로 똘똘 뭉친 나로서는 가끔 '나처럼 내향적인 인류종은 외향성의 시대인 21세기를 넘기지 못하고 서서히 멸종해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적어도 내가 관찰한 오늘날 대한민국은 결코 내향적인 사람이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시대는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1인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의 시대, 셀프 프로모션과 셀피의 시대, '친구가 별로 없다'는 말은 곧 사회성 또는 인격 따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아닌가. 취업 면접에서는 그룹 토론과 프레젠테이션이 수반되고, 연애 시장에선 사진을 내건 스마트폰 앱이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시대이니 말이다. (학벌이건, 경력이건, 인맥이건, 외모이건, 부이건,) 무엇이든지 자기가 가진 것을 외부에 알릴 줄 아는 사람, 군중의 주목을 받는 것을 흔쾌히 여기는 사람, 다수의 인간관계에서 자원과 에너지를 얻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야 말로 이 적자생존의 21세기에 '적자'에 속하는 게 아닐까.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에 에너지를 얻고 지적 생산성을 발휘한다. 공부가 되었든 일이 되었든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기만의 리듬으로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잠재력을 실행하기에 적합한 조건이 된다. 하지만 직장 생활에 있어서는 '팀 워크'와 '집단 지성' 같은 것들이 최고선이 된 지 오래, 구석에 앉아 혼자만의 작업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조직에 부적합한 사람으로 여겨지곤 한다. 리더십에 관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일명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 팀원들을 통솔하고 팀 워크를 북돋는 '좋은' 리더로 묘사되는 캐릭터는 보통은 외향 성향의 인물에 가깝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소극적이고", "말이 없는 “, ”수줍음을 타는" 아이로 꾸준히 묘사되었던 나로서는 오늘날 시대정신에 비춰 자아 성찰을 할 때면, 가끔 과장을 조금 보태 '생존의 위협'이란 걸 느낄 때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종종 외로운 사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하는 대신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거나, 그룹에서 소외되는 것은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대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내향적인 편이라고 해도, 지속적인 외로움의 상태를 추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삼십여 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사회적 관계를 경험하며 내린 결론은 나와 같은 내향형의 인간에게 만족 내지 행복을 주는 인간관계라는 것은 꾸준하고, 사려 깊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그래서 자연히 친밀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소수의' 인간관계라는 점이다. 21세기 대한민국 땅에서 얼마나 많은 내향인들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까. 어떠한 분야에서는 이미 멸종된 것으로 보이는 내향인들이 부디 개인의 작은 만족감은 구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서로의 외로움이 서로를 발견하는 기회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그런 기회가 생애 적어도 한번 이상은 주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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