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고 새로운 진리는 이 세상에 없다. 찾지 말자.
내가 남들과 반대로 하는 이유.
타인과 나의 다름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당장 눈에 보이는 눈 코 입과 같은 외모뿐이겠지만 내면의 모든 것이 다르다.
남들과 같은 건 하기 싫고, 닮기 싫고 유행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지만 내 취향을 기반으로 적합한 유행이 생긴다면 얼마든지 환영이겠다.
그렇지만 요즘 시대에 유행이 결국 취향이 돼 버린 개인의 기준과 감성은 휘발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현재 문화 속에서 내가 남들과는 다른 자아를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은 유행이란 하나의 유토피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별한 척을 하는 것뿐이었다.
러시아에 다양한 대작을 써낸 ‘도스토예프스키- 지하생활자의 수기’ 엔 대충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인간에게 천국과 유토피아를 주면 뭐 할 거냐 완벽함을 뭐 하러 주냐 인간은 질려버릴 것이다 “
인간은 완전함을 원하지만 만약 얻었다고 한들 그때는 자유를 외치며 그 완전함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피아노 건반은 완벽한 수동이라 누군가가 눌러야만 작동하지만 인간은 피아노 건반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함을 선사하면 인간은 그걸 속박으로 착각하고 자유로움을 표출하기 위해 건반을 부숴버릴 것이다.
그렇다. 나는 현시대의 유토피아가 유행에 맞춰진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여기 핫하대’ ‘여기 줄이 엄청 길대’ ‘여기 사진이 잘 나온대’ ‘이쁜 잔에 나오는 거 뭐예요?’ 등등
진절머리가 나는 걸 넘어서 이젠 환멸이 날 것만 같은 겉모습에만 맞춰진 유행들. 이런 공간에서 사진을 찍고 sns 업로드를 하면 잘 사는 것 같은 잠시나만 일상에서 벗어나 나만의 유토피아에 있는 듯한 인스턴트식의 감성을 재충전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sns를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시작했던 몇 년 전 마치 불길한 숙명처럼 어두운 마음을 품은 밤의 여왕처럼 나도 자연스레 sns에 올라오는 곳만을 믿고 개인의 관점은 사라지고 리뷰와 잘 나오는 사진의 각도만을 찾는 ’나‘ 를 보며 언제가지 이런 고립감의 갇혀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남들과는 다른 바이브를 갖고 싶었고 이럴 거면 이왕 그냥 남들과 반대로 해버리자는 생각을 했었다.
유행하는 힙합 음악 대신 10여 년이 더 지난 재즈힙합 누자베스를 비 오는 날이면 듣는다. 기회가 된다면 비 오는 연희동 골목 카페에서 luv part 4를 들어보라. 그 어느 기억보다도 더 작위적일 정도로 로맨틱한 순간이 될 것이다.
집에선 주로 베토벤 운명 3악장과 로시니의 비단사다리 서곡과 같은 클래식을 듣는다.
향수라고 다를 건 없었다. ‘특이한 거 , 호불호 많이 타는 거 시향 해보고 싶어요’라고 묻고 그냥 그걸 좋아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얻어진 겉껍질 같은 얄팍하지만 독립적이며 온전한 나만의 취향이 나름 만들어질 때쯤 주위에서 ‘곤조 있게 인생을 사는 거 같아서 멋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나의 방식이 옳았구나 싶었으며 그 이후로는 더욱이 나 자신이 주체가 되는 생각과 행동을 한다.
물론 공허하고 외롭고 고독했다. 남들이 다 가자는 곳은 마다하고 내가 직접 찾고 보고 듣는 것만을 데이터값으로 설정하고 생활하는 것이. 내 기준과 관점 신념 생각 가치관 태도 바이브 태 스타일 취향 성격 말투 어절 하나까지 나만의 스타일로 체화시키는 것이.
신선하고 새로운 진리는 이 세상에 없다. 찾지 말자.
진리는 어차피 고루하고 인생은 고독하다.
저 역시도 앞서 언급한 현시대에 유토피아. 취향이 사라진 유행만 남은 곳에서 느끼는 인스턴트 만족감에 취해 나의 현실조차 제대로 직시 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들과는 반대로 다르게 나의 관점과 신념을 마음에 품고 하나하나 정신과 육체를 개조해 나가니 조금은 조금이나마 알 거 같아 다행인 마음이다.
인생은 어차피 고독하고 외롭다는 걸 인정하면 내 인생이, 나의 세상이 풍요롭고 그 어떠한 파도와 흔들림에도 견고하게 지탱할 정신력이 배양된다는 것을.
우연인지 운명인지 아이러니하게도.
고독과 독특 그리고 독보적이다 할 때의 독의 한자어원은 같은 ‘홀로 독[獨]’ 이 어원이다.
이 말은 즉 남들과는 다른 독보적인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면 고독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 신나게 술 먹고 떠들고 웃다가 집에 오는 길 혼자가 되면 찾아오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침잠의 시간들을 견뎌내기가 두렵고 피하고 싶은 게 요즘 시대의 현실이라고 저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진리는 어차피 고루하고 인생은 고독할 뿐이다.
고독을 마주하고 고루함을 인정하면 진짜 자신의 인생이 시작되지 않을까
허영심 가득한 가장 최고의 짧은 행복한 순간, 인스턴트 같은 하이라이트만 모아둔 sns가 자기만족 혹은 sns도 하나의 포트폴리오다 라는 비전 없는 지지부진한 이 문화에 이제 그만 눈을 떴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질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