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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굴이 Aug 21. 2022

직장인의 처세, 편의의 거짓말

솔직함이 최고...인 거 맞나요?


미드 <굿닥터>의 주인공 숀 머피는 자증과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의사이다. 타고난 기억력과 공간지각력으로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주만 자폐증으로 인해 사회적 소통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탓에 본의 아니게 막말을 내뱉기도 하고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면 패닉에 빠지기도 한다. 눈치도 없고 거짓말도 못한다.


극의 초반에는 숀이 거짓말을 하지 못해서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의 솔직함은 동료들에게는 신뢰, 연인에게는 사랑을 받는 계기가 된다.


예전에 이 드라마를 봤더라면 '그래, 역시 솔직한 게 최고야'라고만 생각했을지 모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숀의 솔직함이 장점으로 작용한 이유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가 거짓말을 하지 '못해서'임을  안다.

주변인들은 그의 말이 거짓이라고 의심할 필요가 없으니 편리한 믿음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의 어느 누구도 서로가 서로에게 100% 진실할 거라고 생각하기 힘든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직한 사람은 히 득 볼 것이 없다.




거짓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직접 거짓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굳이 진실을 알리지 않는 것.


중학교 때 시험기간이 끝나고 나면 그다음 수업시간에 담당 과목 선생님이 시험 문제에 대한 해설을 해주곤 했었다.

과목은 도덕. 객관식 해설을 마치고 주관식 차례였다. 성적대로 분명 맞았어야 하는 문제선생님의 해설 내용이 내가 적은 답과 미묘하게 달랐다.

'만약 틀린 건데 정답 처리된 것이면 어떡하지?'


한 번 이런 생각이 성적을 위해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다. (하필 과목도 도덕이라니.) 그 불쾌한 감정이 싫었던 나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선생님에게 달려가 말했다. 나는 이렇게 적었는데 그럼 틀린 거 아니냐, 채점이 잘못된 것 같다.

선생님 물끄러미 나보며 "이것도 맞아. 괜찮아"라고 답해주셨다. 선생님은 그때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같은 상황에서 군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진실을 외면할 것이다. 또 다른 누군가는 '채점 잘못 선생님 '이라며 진실을 말하지 않는 자신을 합리화할 것이다.

진실을  얻을 이득나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져볼 줄   시절의 나는, 실을 마주 보기를 택했더랬다. 


거짓말 하지 않는 착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연약한 정신을 평온하게 유지하기 위한 자구책. 무언가를 숨서 얻는 유리보다 진실을 밝고 얻을 '속 함'이 좋았던 것이다. 




진실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에 능한 이 함께 일해 본 적이 있다. 권모술수를 부린다거나 악의적으로 피해를 주는 거짓말 는 것은 아니다. 계획도 없는 일을 할 예정이라고 말해 유관 부서로부터 이것저것 지원을 받아낸다거나 불리한 일은 묵히거나 숨기고, 우연히 발생한 좋은 결과는 마치 엄청난 노력을 들여 해낸 것처럼 꾸며내는 식이다. 거리낌 없이 MSG를 가미하여 진실을 보기 좋게 만드는 것은 마치 그의 패시브 스킬이나 다름없다.


진실을 아는 입장에서 그의 처세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아슬아슬 외줄을 타는 기분이 들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로 인해 딱히 피해를 입는 사람없었다. 오히려 진실에 덧댄 여러 겹의 포장 덕분에 그와 함께하는 업무는 늘 기대 이상으로 돋보이는 경우 많았다. 손 안 대고 코 푼 일로 유관부서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도 있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악의적인 거짓말도 아니요, 타인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니 선의의 거짓말도 아니다.

귀찮고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편의의 거짓말'쯤 되려나.


만약 그가 처럼 더 높게 채점된 성적을 받았다면 그는 분명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채점이 잘못 것이 맞다면 선생님 또한 귀찮아졌을 테니 진실을 알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여러모로 서로에게 편리한 결인 것이.


살면서 솔직함 덕분에 이득 본 기억은 없는데, 그와 일하는 몇 개월간 '의의 거짓말' 덕분에 얻은 것은 꽤 쏠쏠다. 사실은 기대 이상으로 달콤한 과실이어서 앞으로 그의 처세를 보고 배워야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다.

문득 모두가 진실보다는 편리한 거짓을 일삼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 혼자 여태 르고 살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퀴, 전기부터 자동차와 스마트폰까지 인류 역사는 끊임없이 편리함을 위발전해 왔다. 

어쩌면 마저 편리한 쪽으로 해석되길 바라는 세상이 되어버렸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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