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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 Aug 25. 2022

4. 전업주부의 돈 불리는 법

실물경제로 배우는 투자 방법

우리 부부는 오피스텔 원룸 월세에서 시작해 소형 아파트를 장만했으나 나에겐 그 다음의 중장기 플랜이 있었다. 바로 5년 뒤에는 지금 사는 집을 팔고 상급지의 30평대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송도에 있는 화장실 2개에 방이 4개 있는 아파트 말이다. 아이가 맘 놓고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학군이 좋은 곳 말이다. 가까이에 넓은 공원이 있어 언제라도 산책할 수 있는 곳 말이다. 지금보다 넓은 집, 좋은 동네의 집으로 간다는 것은 당연히 지금 집보다 비싼 집이 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5년 동안의 목표는 최대한 돈을 모으거나 불려서 이사를 할 수 있는 목돈을 만드는 것이었다. 

ⓒunsplash

내가 직장인이었을 당시가 2015년 즈음이었는데 그 때도 주식을 하는 사람은 도박꾼처럼 보는 인식이 팽배한 시기였다. 주변에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은 없어도 망했다는 사람을 보기는 쉬웠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나는 월급이 한정적인 재원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조금씩 재태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었다. 직장인이었을 때는 별 부담없이 재테크를 했었다. 그 때에는 주식이 2030사이에서 대중적이지 않을 때라 혼자 조용히 소액으로 조금씩 저축 개념으로 주식을 사고 팔았다. 돈을 얼마만큼 모으겠다는 목표는 당연히 없었고 돈을 벌면 좋은거고 손해를 보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돈을 모으지도 않았고, 원룸 월세를 사는 것도 딱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재테크에 관심은 있어도 경제관념이 아직 자리 잡진 못한 시기 였던 것이다. 

ⓒunsplash

그러나 계획에 없던 결혼과 임신을 하며 하던 일을 접고 전업주부가 되니 상황이 매우 달라졌다. 이제는 먹여서 살려야 하는 아기가 생겼고, 남편의 벌이로만 살림을 꾸리고 자산을 증식시켜야 했다. 출산과 동시에 나의 수족은 모두 육아에 묶여버렸다. 밤낮으로 아이를 안고 달래고 먹이고 재우고.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욕구 조차 제 때 해소 못하며 아이를 키우는데 나의 모든 체력과 시간과 영혼이 소모되었다. 아이를 키우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틈틈이 핸드폰을 보거나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가는 것이 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좋은 곳으로 이사가리라 다짐했던 나의 목표를 잊어버릴 수 없었다. 매정한 시간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내가 이사를 간 곳은 몰세권인 동네였다. 덕분에 운동삼아 더운 한여름이든 추운 한겨울이든 상관없이 유모차를 끌고 쇼핑몰에 가서 장을 보고 오는 것이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나는 일주일에 적어도 두 세번은 대형마트를 들려 장을 봤는데 이 시간들이 당시엔 자각하지 못했으나 결국 실물경제를 몸으로 익히는 시간이 되었다.

햇반 잡곡밥 8종 ⓒCJ제일제당 출처 : 투데이신문(http://www.ntoday.co.kr)

어느 날은 마트를 갔는데 진열상품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예전에는 햇반이 다른 상품들 사이에 진열이 되어있었고 종류도 많지 않았는데 갑자기 4종의 레토르트 국과 찌개 상품과 같이 한 섹션 전체에 진열되었다. 햇반의 종류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종류라고 해봤자 작은 햇반, 큰 햇반 등 사이즈 차이 정도였는데 이제는 저단백 햇반과 같은 특수 햇반부터 오곡햇반, 발아현미 햇반 등 정말 다양한 햇반이 나와있었다. 국과 찌개는 햇반과 같은 제일제당 회사 제품이었는데 이제 막 내놓은 신상품인지 프로모션도 걸려있었다. 

ⓒCJ제일제당

그 때 부터 CJ의 주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다른 주식들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었으나(당시 주당 24만원 정도) 회사에서도 이 쪽에 돈을 투자하고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이 눈에 띄었다. 특히 좋았던 점은 당시 CJ가  HMR(Home Meal Replacement) 분야에서 다른 경쟁사보다 독점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회사였다는 것이었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1인 가구와 소규모 가족이 많아질수록 레토르트 식품 혹은 Ready to eat식품의 수요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집밥의 저렴한 대체품으로는 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HMR은 앞으로 잘되면 잘되었지 망할 수가 없는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자취하며 지내본 자취생으로써, 또한 아이 키우며 한 끼 급하게 떼워야 하는 때가 많은 주부로써 피부로 느끼는 바였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CJ의 주식을 돈이 생길때마다 한 주씩 사 모았다. 2022년 현재 CJ의 주가는40만원 안팎이며, 4종이었던 레토르트 라인업은 22종까지 늘어났다.  

2016년 부터 2021년 이사갈 때까지 주식으로 번 금액

이런 식으로 나는 각 분야별로 내가 직접 알아보고 분석해 본 기업들의 주식을 사모아 목돈을 꽤 만들었다. 다행히도 우리가 2021년 2월에 이사를 가는 시점에서 코스피는 정점을 찍었고 나는 갖고 있던 모든 주식을 처분하여 집을 살 돈에 보탤 수 있었다. 입지가 좋은 곳의 대장 아파트를 구매하고, 주식에 적절히 투자를 한 것은 씨를 뿌리는 것이었다. 제일 중요하고 어려운 일은 5년이라는 시간동안 뿌려둔 씨가 잘 자라는지 관찰하고 기다려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전업주부인 내가 불린 돈은 종자돈을 제외하고 부동산 차익 1억에 주식 4천만원으로 대략 1억 4천만원이었다. 이는 연봉 3천인 직장인이 5년 동안 일한 돈과 맞먹는 액수다.


물론 21년까지 부동산과 코스피는 활황의 정점을 탔고 지금은 나락의 정점에 왔다. 혹자는 내가 운이 좋았기 때문에 돈을 좀 번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또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번 사람도 많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조금이라도 돈을 불리기 위해서는 매일 매일 관찰과 투자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주택담보 대출을 갚으면서도 매달의 잉여자금을 적극적으로 주식에 투자했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않았고, 목표한 금액에 도달하기 위해 인내했다. 그것은 솔직히 말하자면 지루하고 지난한 시간이었다. 나는 마치 수험생처럼 눈을 뜰 때부터 감을 때 까지 부동산 시장의 기류를 살피고, 뉴스를 보며 어느 기업이 가능성이 있는지 재고 또 쟀다. 지금이 손안의 작은 컴퓨터,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라는게 감사하다. 만약 이런 일들을 하기 위해 데스크 탑을 켜야하는 시대였다면 나는 육아에 치여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것 정도는 재테크를 하는 사람 누구라도 하는 루틴일 것이다. 나는 주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에게 가장 친숙한 물건과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들을 선택했다. 마트에 가서 오늘은 어떤 상품이 새로 나왔는지 살피고, 어떤 매대가 커지는지를 지켜봤다. 비단 마트 뿐만이 아니다. 눈을 돌리면 곳곳에 있는 서비스와 상품들이 경제 흐름의 지표가 되어준다. 이것이 내가 돈을 벌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실물경제를 알아보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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