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의도로 말했을 뿐인데...
저는 친자 두 명과 양자 두 명을 키우고 있는 입양가족 사남매의 아빠입니다. 아마 벌써 입양가족이라는 말에 놀라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 가족의 입양이야기를 듣고 참 많은 분들이 칭찬도 해주시고, 걱정도 해주시더라고요. 다들 입양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일이 대부분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우리 입양가족들에게 상처가 되는 말실수를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었어요. 요즘엔 거리두기 때문에 도통 만나기 어렵지만 다른 입양가족들과도 대화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들과 우리 가족이 겪었던 일들을 종합해서 입양가족들이 상처받을 수 있는 말들 TOP3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대부분 상처를 주려고 의도한 말들이 아니라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이게 정말 상처가 된다고?' 하며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이해하셔야 할 부분은 '입양'은 정말 축복이고 전혀 문제 되는 일이 아니지만, 입양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직도 많이 부정적이라서 입양가족들이 조금은 예민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아마 천천히 끝까지 읽어보시면 어떤 점이 상처가 될 수 있는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요즘처럼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꼭 끝까지 읽어보시고 입양가족을 만나게 되었을 때 편견 없이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실 수 있길 바래요.
첫 번째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입양가족들에게 말실수가 될만한 말은 '내 새끼 키우기도 힘든데, 대단하세요.'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의도는 대부분 칭찬을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말은 굉장히, 아주 많이 잘못된 말이랍니다. 왜냐하면, 입양한 아이도 '내 새끼' 이거든요. 남의 아이 키우는 게 아니에요. 입양부모들은 남의 아이 키우는 자원봉사자가 아니에요. 입양자녀도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이지요. 아마 '내 새끼 키우기도 힘든데,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의 의도는 '내가 낳은 자녀도 키우기 힘든데, '라고 말하고 싶으셨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너무나 이해되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그 말에는 낳은 자녀만 내 자녀라는 편견이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해요. 내 자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입양을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아마 '양천 아동학대사건' 많이들 '정인이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 때문에 입양부모들의 사랑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부부도 그 사건 때문에 아주 많이 힘들었었어요. '입양아동'이 학대되서가 아니라 '아동'이 너무나 잔인하게 학대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 화살이 많은 입양부모들에게도 꽂혔어요. 더 심한 편견으로 말이죠. 아동학대의 0.3%가 입양부모에게서 발생돼요. 대부분의 아동학대는 친부모에게서 발생하지요. 그렇다고 친부모들의 사랑을 의심하면 안 되는 것처럼 우리 입양부모들도 우리 자녀들 온 마음 다해 '내 새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 의심 없이 믿어주세요.
두 번째로 입양가족이 많이 드는 말실수는 '좋은 일 하시네요.'에요. 어떻게 보면 첫 번째 내용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가 내 자녀를 키우는데 '좋은 일'이라고 칭찬받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죠. 아이 하나 키우기도 어려운 사회이긴 하지만 출산해서 아이를 키우는 집에 '좋은 일 하는구나'라고 말하는 사람은 못 본 것 같아요.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상한 말 같아요. 교회에 가면 더 재밌게 말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귀한 사역 감당하시네요.'라고 이야기를 하세요. 뭔가 남들과 다른 깊이의 신앙과 믿음이 있다는 것을 몇 가지 단어로 표현하고 싶으신 분들이라고 생각돼요. 하지만 이런 말들도 우리의 자녀가 '내 새끼'임을 부정하는 편견에서 온다는 것 꼭 잊지 말아 주세요.
세 번째 말실수는 입양가족들이 가장 상처받는 말이에요.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입양부모들이 많이 듣는 말이라면 세 번째 말실수는 입양아동들이 듣는 말이에요. 아이들이 듣는 말이라고 하니 어떤 말인지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뭔가 더 속상한 말일 것이라고 예상되시죠? 세 번째 말실수는 입양아동들에게 '넌 참 복이 많다.'라고 하는 말이에요. 이 말이 어떻게 상처가 되는 말실수가 되는지 이해가 안 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돼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입양된 아동들은 불쌍하다고 생각해요. 친생부모가 '버렸다'라고 생각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넌 참 복이 많다'라는 말은 '넌 부모가 널 버렸는데도, 좋은 부모를 만날 복이 있었구나'라는 깊은 속마음이 나타난 말인 경우가 아주 많아요. 그래서 복 받았다는 말보다 우리 아이를 불쌍하게 보는 그 시선들 때문에 입양 부모들이 상처를 받아요. 우리 아이들은 버려지지 않았어요. 입양 보내는 것도 엄청 어려운 거 알고 계신가요? 무조건 엄마 호적에 올라가야 하고요. 출산 후에 나라에서 지정한 1주일이라는 자숙기간 동안 아이를 꼭 키워야 입양을 보낼 수 있어요. 입양이 완료가 되면 호적에서 완전히 지워지긴 하지만, 호적에서 사라질 때까지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기에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에요. 이런 모든 부담을 대부분 친모 혼자 안고 가지요. 도망가는 무책임한 친부들이 많거든요. 물론 그중엔 입양 절차를 함께 해주는 책임감 있는 친부들도 간혹 있긴 하지만요. 아무튼 모든 친생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은 아니에요. 때로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부모에게 보내는 것이 아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에요. 그래서 입양 아동들은 출산된 아동들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은 아이들이에요. 일단 친모가 아이를 낳겠다고 선택해야 하고요. 10개월 동안 내 몸처럼 함께 했던 아이를 눈물을 머금고 잘 키워줄 수 있는 부모에게 보낼 수 있도록 선택해야 하고요. 그리고 우리와 같은 입양부모들이 이 아이를 키우겠다고 선택해야 해요. 아이를 키우겠다고 선택하고 나서의 입양 절차가 저에겐 출산보다 힘들었어요. 당연하겠죠? 출산은 우리 아내가 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은 버려지도 않았고요. 불쌍하지도 않아요. 우리 아이들보다 사랑 덜 받은 사람들이 모두 불쌍한 것이 아닌 것처럼요. 복 받은 건 아이들이 아니고 우리 입양부모들이랍니다. 이렇게 예쁜 천사들을 만난 게 복이 아니면 무엇일까요?
여기까지 입양가족들에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실수 TOP3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종합해보자면 입양된 아이들도 모두 셀 수 없는 사랑받는 우리의 자녀들이니 편견 없이 지켜봐 주시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의 작은 바람이 있다면 저의 작은 움직임으로 입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우리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편견 없는 사회에서 가슴 피고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