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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람씨 Jan 28. 2022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출산 그리고 입양

(왼쪽은 셋째, 오른쪽은 넷째)

 부모란 무엇인가? 그리고 좋은 부모는 어떻게 하면 될 수 있을까? 그것보다 더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부모가 되어야 할까?


 요즘 나에게 무엇이 가장 즐거운지 묻는다면 '아이들과 노는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고, 무엇이 가장 힘든지 묻는다면 '아이들과 노는 것'이라고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부모가 되는 것은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인 것 동시에 가장 두렵고 부담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부모란 무엇인가? 네이버 사전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서는 '자기를 낳아준 남자/여자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라고 첫 번째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고 나와 같은 입양부모들이 부모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부모라는 것은 단순히 출산을 통해서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고 자녀로 삼기로 결정하게 된 남자와 여자라면 모두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입양부모가 된 다음부터 늘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마치 내가 나의 아내와 남이었던 서로를 가족으로 생각하겠다고 마음먹은 어느 날부터 우리는 영원히 함께인 것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결혼은 쌍방과실로 사랑해야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가 없기에 부모가 되는 것은 부모의 일방적인 사랑으로만 이루어진다. 그리고 여기서 표현된 '사랑'이라는 말에는 '책임'도 포함된다. 부모와 자녀는 '계약'관계가 아니다. 부모와 자녀는 '언약'관계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Give and Take'를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는 자녀에게 'Give'만 생각한다. 물론 부모가 어떤 부모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우리가 아이들에게 밥을 주면서 밥값을 내놓으라고 하진 않는다. 나와 같은 부모들은 모두 자녀들을 사랑하고 책임지겠다고 결심하면서 부모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된 사람에겐 모두 두 가지의 선택이 있다. 좋은 부모가 될 것인가? 나쁜 부모가 될 것인가? 나는 모든 부모가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한다고 믿고 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모두가 좋은 부모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쁜 부모가 되기를 희망하는 부모들은 없다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나는 모두가 의식적으로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하지만 무의식적인 잘못된 선택들과 무지함을 통해 좋지 않은 부모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부모로서의 잘못된 선택은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부모의 입장이 앞설 때 일어날 때가 많다. 부모가 정의 내린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 유명한 대학, 안정적인 직장, 결혼, 출산이 필요조건이라고 보고 아이들의 행복의 방향과 상관없이 아이들을 대신해 선택할 때 많은 잘못된 선택들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사실 좋고 나쁨은 상대적이어서 정확하게 어떤 것이 '좋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이 통상적으로 동의할만한 '좋은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부모는 아이들이 성장해서 성인이 되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이다. 성인이라는 말은 네이버 사전에 의하면 어른 즉,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좋은 부모가 되려면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성장해서 스스로의 행동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년시절의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에게 높은 자존감을 심어주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좋은 부모의 덕목이라고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가르치기 위해서 자신이 선택한 결과를 수용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고,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원치 않는 결과(실패, 피해, 손해)를 겪는 과정도 지켜보아야 한다. 나는 주변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서 어린 시절부터 나의 부모와 주변의 부모들을 지켜보면서 살아왔다. 그리고 20살이 되던 해부터 교회에서 청소년부 성경공부 교사를 해오면서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수의 부모님들을 지켜보았다. 이러한 나의 짧은 경험으로는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경험하게 해 주기 위해 모든 Risk를 없애고 아이들을 위해 최선의 판단만 해주는 부모는 아이들의 선택에 대한 인과관계를 가르치지 못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나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만 해도 내가 어떠한 실패를 하더라도 아버지라는 비빌 언덕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덕분에 열심히 살지 못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내가 나의 인생과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고 느꼈고, 그 덕분에 현재와 같이 한가족의 가장의 자리로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죽지 않고도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모두가 부모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모두가 자신이 사랑할지도 모르는 미지의 대상을 책임지겠다고 결심할 이유도 없다. 사 남매를 키우는 우리 부부를 보고 '애국자'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우리는 '애국'하려고 네 명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아이를 안 키운다고 애국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부모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부모가 되지 말아야 할 이유도 딱히 있는 것은 아니다. 나라의 안 좋은 경제상황, 불합리적인 정부의 정책, 현재 자신의 좋지 않은 처지와 같은 주변 상황 때문에 부모가 되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부모가 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겐 이 모든 것들은 그냥 핑곗거리이다. (사실 미국, 싱가포르, 독일에서 살아본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나라가 아이 키우기 꽤나 괜찮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되어야 할 이유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기에, 내가 개인적으로 부모가 되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도 그렇지만 결혼 전의 나는 무엇인가 의미 있게 열심히 하고 싶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살펴보니 나에겐 사랑을 많이 받아 그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아쉽게도 인류에 도움이 될만한 재능은 없었기에 결혼 전 20대 중반부터 나는 멋진 가정을 열심히 꾸려나가는 것이 가장 나의 적성을 잘 살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찌 보면 조금은 어리석어 보이는 단순한 나의 생각 덕분에 현재의 나는 우리 가족과 함께 여섯 이서 매일매일 행복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우며 살아가고 있다. 사실 나는 아이가 없이 아내와 딩크로 살았어도 행복하게 잘 살았을 것 같다. 하지만 첫째 출산 전 아이들 없이 살아오던 날들과 지금을 비교해 보았을 때 아이들 없이는 지금 행복한 것만큼 행복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더 나아가 결혼하지 않고 싱글로 살았더라도, 사고 싶은 것 다 사고 쓰고 싶은 만큼 쓰며 즐겁게 살았겠지만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어떤 마음이 대체할 수 있었을지 떠오르는 것이 없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난 분명 결혼을 하지 않고서도 행복할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없는 삶은 상상도 안되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이처럼 결혼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부모가 되지 않고서는 자신이 왜 부모가 돼야 하는지 아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뱃속에서부터 어머니의 사랑으로 지켜져서 모르는 사이에도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왔기에, 자신이 받은 사랑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부모가 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자녀들을 일방적으로 사랑하면서 부모가 되고,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한다. 다른 사람에게 밥을 차려줘 놓고도 먹어주면 고마워하는 마음은 부모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마음이 아닐까? 부모가 되고 나면 전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들을 배우기도 하고, 자신 인성의 바닥이 무엇인지도 배우는 신비하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려고 노력하기보다 자신이 좋은 배우자가 되려고 노력하고, 아이들이 훌륭하게 컸으면 하면서 아이들에게 기대하기보다 본인이 스스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들에게 성인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롤모델이 되어 주고자 한다면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엔 결혼하고 애 낳으라고 말하면 꼰대라고 하지만, 난 감히 아직 아이가 없는 사람들에게 기회만 된다면 꼭 부모가 되어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랑을 경험하고 싶다면 꼭 입양을 해보라고도 말하고 싶다. 쉬운 길은 절대 아니다. 어렵고 지치고 부담되는 길이다. 하지만 분명히 자신과 아이들에게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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