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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파는 잡화상
Aug 23. 2023
백운대 꼭대기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남자는 넋 나간 듯 고갤 숙이고
산이 내지른 계곡을 바라보다가
소주를 넣어 온 검은 비닐봉지를 놓는다
비닐봉지는
새처럼 날개를 펄럭이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다
아득히 멀어지는 검은 새를 향해
손을 내젓던 남자는
신발을 벗어 푸른 숲에 신기고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며
허공을 걷는다
까마귀 한 마리 가악가악
남자의 눈물을 콕콕 찍어 마시고
태양이
외롭게 굽은 남자의 어깨를 독수리처럼
쏘아보는 점오의
시간
빈산처럼 울던 맨 몸의 남자가
도봉산 인수봉을 껴안는다
남자는 그대로 돌이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