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랍POETIC
검은 구름을 버리기 위해
어제의 손과 이별했다
오늘의 손은 주머니 속에서
시시각각 자라고
내일의 손은 영원히 만나지 못할
호주머니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고 있으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어제의 비가 오늘의 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웅덩이 속에
어제의 손을 던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억 하나
덩달아 달려온다
펌프를 잡고 검은 지하수를 퍼내던
기억을 보고, 보고 또 보는
격렬한
기억의 재구성
어제 내린 비에 젖은 자는
오늘 내린 비에 젖지 않는다
오늘 내린 비에 젖은 자는
내일 내린 비에 젖지 않는다
낡은 네거티브 필름은
젖은 공기로
수직낙하
중
物로 일어선 기억 하나
골목 어귀 가로등에 기대서서
은하수 젖은 안개를
철벅철벅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