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을 파는 잡화상 Aug 23. 2023

인수봉

오래된 서랍POETIC

 백운대 꼭대기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남자는 넋 나간 듯 고갤 숙이고

 산이 내지른 계곡을 바라보다가

소주를 넣어 검은 비닐봉지를 놓는


비닐봉지는

 새처럼 날개를 펄럭이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다


 아득히 멀어지는 검은 새를 향해

손을 내젓던 남자는

 신발을 벗어 푸른 숲에 신기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며

허공을 걷는다


  까마귀 한 마리 가악가악

남자의 눈물을 콕콕 찍어 마시고

  태양이

외롭게 굽은 남자의 어깨를 독수리처럼

쏘아보는 점오의

시간


빈산처럼 울던 의 남자가

  도봉산 인수봉을 껴안는다


남자는 그대로 돌이 되어 버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제 내린 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