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을 파는 잡화상 Aug 09. 2023

꽃상여

오래된 서랍POETIC

  

두건 쓴 상주들은 웃는 얼굴로 편도 1차선 도로 한 편에 서 있다


인색한 보도 쪽으로 바짝 붙어선 꽃상여 행렬

그들 옆을 천천히 

마을버스가 

오토바이를 탄 철가방이 

짐 실은 트럭이 

일반버스가 줄지어 지나간다

좁은 길을 통과하기가 예사롭지 않은 듯

상여꾼들은 엉거주춤 작은 상여를 메고 역시 도로 귀퉁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상여를 짊어진 

상여꾼들의 굳은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상주들은 의논이 길다

상여를 듬성듬성 에워싼 

창백한 종이꽃은  

메마른 향기

추억할 만장 한 장 나부끼지 않고

요령 소리 한 점 떨어지지 않는 

진혼

난쟁이로 살다 가는 이의 영혼인지

어린 망자인지

조그만

꽃상여는 돈 계산에 골몰한 

상주들 위에서

섬처럼

잊힌 새처럼 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목련 소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