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랍POETIC
두건 쓴 상주들은 웃는 얼굴로 편도 1차선 도로 한 편에 서 있다
인색한 보도 쪽으로 바짝 붙어선 꽃상여 행렬
그들 옆을 천천히
마을버스가
오토바이를 탄 철가방이
짐 실은 트럭이
일반버스가 줄지어 지나간다
좁은 길을 통과하기가 예사롭지 않은 듯
상여꾼들은 엉거주춤 작은 상여를 메고 역시 도로 귀퉁이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상여를 짊어진
상여꾼들의 굳은 표정에도 아랑곳없이
상주들은 의논이 길다
상여를 듬성듬성 에워싼
창백한 종이꽃은
메마른 향기
추억할 만장 한 장 나부끼지 않고
요령 소리 한 점 떨어지지 않는
진혼
난쟁이로 살다 가는 이의 영혼인지
어린 망자인지
조그만
꽃상여는 돈 계산에 골몰한
상주들 위에서
섬처럼
잊힌 새처럼 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