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랍POETIC
그해
공원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벤치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늘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나팔꽃 피는 벽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보안등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책가방만 가끔씩 그 자리에 왔다가
사라지고 왔다가 사라지고 했다
여린 그림자를 끌고 다니는 소녀가
책가방을 찾기 위해 그 자리에
가끔씩 왔다 갔을 뿐이다
소녀를 따라다니는
너무 깊은 그림자는
후각을 자극했다
소녀가 나타날 때마다
한 번씩 주변 나무들이 휘청거렸다
아무도 그곳에 목련나무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소녀가 목련나무속으로 드나드는 걸
아는 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