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을 파는 잡화상 Aug 08. 2023

목련 소녀

오래된 서랍POETIC

 

그해

공원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벤치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늘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나팔꽃 피는 벽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보안등도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책가방만 가끔씩 그 자리에 왔다가 

사라지고 왔다가 사라지고 했다

여린 그림자를 끌고 다니는 소녀가 

책가방을 찾기 위해 그 자리에 

가끔씩 왔다 갔을 뿐이다

소녀를 따라다니는 

너무 깊은 그림자는

후각을 자극했다

소녀가 나타날 때마다 

한 번씩 주변 나무들이 휘청거렸다

아무도 그곳에 목련나무가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소녀가 목련나무속으로 드나드는 걸 

아는 이도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풍경을 뒤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