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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 파는 잡화상 Sep 07. 2023

일용할 양식

오랜된 서랍POETIC

햇빛 한 그릇을 퍼먹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지상의 양식


골방의 그늘이 창가로 기어가 

베란다 난간에 그네처럼 매달려 

입가에 햇빛-때기를 달고 

바람과 희희낙락합니다


지난해 베란다 난간에 걸려 

풍장으로 해탈한 

무시래기의 넋이 

밝은 빛 속에서 그늘을 토닥이며 

가볍게 날아다닙니다 


몸을 벗은 푸른 식물들의 꿈이 

솟아오르는 듯 햇살은

소용돌이치고

여울목에 걸터앉은 넋들은 

빛의 낙원인 

저마다의 하얀 숲으로 들어갑니다


이토록 투명하고 무성한 숲이구나!


햇빛 한 그릇을 다 비우자

골방 속 디아더스가 

울창한 숲 사이사이에서 

물장구치듯 검은 잎으로 

찰랑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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