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된 서랍POETIC
햇빛 한 그릇을 퍼먹습니다
이렇게 맛있는
지상의 양식
골방의 그늘이 창가로 기어가
베란다 난간에 그네처럼 매달려
입가에 햇빛-때기를 달고
바람과 희희낙락합니다
지난해 베란다 난간에 걸려
풍장으로 해탈한
무시래기의 넋이
밝은 빛 속에서 그늘을 토닥이며
가볍게 날아다닙니다
몸을 벗은 푸른 식물들의 꿈이
솟아오르는 듯 햇살은
소용돌이치고
여울목에 걸터앉은 넋들은
빛의 낙원인
저마다의 하얀 숲으로 들어갑니다
이토록 투명하고 무성한 숲이구나!
햇빛 한 그릇을 다 비우자
골방 속 디아더스가
울창한 숲 사이사이에서
물장구치듯 검은 잎으로
찰랑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