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풍경_이영광
고운사 가는 길
산철쭉 만발한 벼랑 끝을
외나무다리 하나 건너간다
수정할 수 없는
직선이다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
이 먼 곳까지
꼿꼿이 물러나와
물 불어 계곡 험한 날
더 먼 곳으로 사람을 건네주고 있다
잡목 숲에 긁힌 한 인생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다
문득, 발 밑의 격랑을 보면
두려움 없는 삶도
스스로 떨지 않는 직선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이 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나갔던 거다
나는 시의 특수한 문법을 단련하지 않고 그것을 채울 마음을 찾아다녔다.
몸보다 더 뜨거운 몸, 몸부림에 깊이 끌렸다. 형식은 자연의 소관인가.
집중하지 않아도 절로 몰입이 되는 노가다, 아마 시의 매혹은 불가능을
쭈물딱거리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토록 위안이 될 리가 없다.
한끼의 밥, 찰나의 사랑에 넋을 내줄 수 있을지라도 인간에게는 애당초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되새겨야 한다.
-이영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