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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 파는 잡화상 Jan 04. 2024

오래된 서랍POETIC




산골의 저녁은 번개 같이 내려와 

여자는 바쁜 걸음을 내딛는다

졸음에 눌리는 눈꺼풀이 감길 때마다 

여자의 눈에서 달이 졌다 뜬다

숲 속 깊은 곳에서 오오 여우가 취하는 

선뜩선뜩

몽당귀신이 따라올까 

달걀귀신이 폴짝 뛰어오를까 

뒤를 돌아다보며

여자는 쌀로 채운 머리 위 광주리를 단단히 잡고 

풀숲 길을 헤친다

여우처럼 늙은 개가 지키던 집에

생선을 털어주다 들은

오오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

아가, 아가, 

여자의 마음은 다급해진다

항구에서 산골짝까지

생선을 쌀로 바꾸기 위해 갔다 오는 첩첩산중

여자는 달을 벗 삼아 

달을 귀신 삼아 서둘러 걷는다

항구의 무적소리 달을 관통할 때   

둥지에서 달빛 아래 입 벌리고 있는 

제비새끼 같은 어린 자식들

오오 울고 있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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