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랍POETIC
눈 오는 날에는
산에 오르지 않을 일이다
산천초목 모두 하얀 눈으로 뒤덮여
마음조차 하얗게 운다
조심조심 가래소리 그렁거리는
노인의 뒤를 따라 걷다
약수를 받고 산허리를 안았다
굵구나, 어머니 허리
사방에 내려앉은 눈꽃 사이를 굶주린
까치들 날아다니며 하얀 꽃
떨구는 것 바라보다
어머니 머리칼보다 더 하얀 꽃을 찾을 수 없어
한참 길을 헤맸다
숲보다 더 숲인 어머니
눈꽃보다 더 눈꽃인 어머니
깊고 깊어 어머니의 숲에 들어서면
길을 잃고 만다
걸어온 길인 듯 아닌 듯
바위를 타고 올라
산 아래를 굽어보면
어디 숨겨진 길이 있는지
세상의 모든 것은 어머니란 이름에
부끄러움의 발자국을
남겨야 하리,
야호!
소리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