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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 파는 잡화상 May 26. 2024

리어카, 플랜더스의 개

오래된 서랍POETIC


그녀는 밤낮없이 일을 해요

무너진 생이란 없는 거죠 

은퇴 없는 인생

은퇴 않는 인생

제2, 제3의 즐거운 인생

그는 다리를 절룩이며 달려가요

무릎관절이 닳도록 끊이지 않는 일감

완전고용의 달콤한 인생

정리해고, 명예퇴직

비정규직에 등 떠밀리지 않는

종신직장의 당당한 가부장

어엿한 가모장

입을 책임지기 위해 손과 발이 있는 거죠

주름의 나이테가 늘어날수록

신나는 인생

골목을 누비는 비즈니스맨

고객이 찾지 않아도

어디든 달려가고

구겨지고 구석진 주변을 환하게 만들어

계약을 성사시키죠

파트라슈, 그들이 부르면 난 달려가요

그녀와 그의 손은 마법의 손.

부서지고 버려진 나를 일으켜 세웠죠

우리는 어디든 함께 다녀요

쓰레기더미에서 폐지를 모으고 

고철을 나르다 굽은 허리를 펼 때면

가쁜 숨을 내쉬었고요

돌부리에 앉아 숟가락을 나눌 때면 

오후 한 때의 행복이 느릿느릿 지나갔죠

워라밸의 조화, 선진복지국가의 약속에 손가락을 걸고

어느 새벽 우리는 꽃구경을 떠났어요 

그녀의 발이 그의 손이 

그들의 굽은 허리가 나를 끌어주고

나는 그들을 밀며 도로를 걸었어요

부푼 기대로

알록달록 꽃들을 깨우는 콧노래에 

햇살이 구부러지고

덤프트럭이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


우리는 함께 공중으로 붕 떴고  

하늘로 소풍 가는 

중이랍니다





사진 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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