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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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외근을 간 것 같다. 개발자가 외근을 가는 일이 발생한다는 건 경우에 따라 위험한 일이지만, 이번엔 그런 일이 아니라 현장의 분위기를 보고 싶어 자원했다.
현장에 갈 때는 혼자 갔지만 회사에 복귀하러 가는 길은 친한 영업팀 분과 함께 했다. 그분이 현장에 나와있어 밀린 영업 통화를 하는 동안 나도 쌓인 멘션을 확인했다. 둘 다 어느 정도 업무가 해소되었을 때 회사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뭐 제대로 된 것도 없는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내 정치, 해결되지 않고 지나가는 이슈들, 의문 투성이 분위기들... 불만을 토해내는 대화가 고조되다가 억울해서 말했다.
“저는 이 회사 입사하고 4개월 동안 남들보다 훨씬 많은 이슈를 해결했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네, 정말 많은 이슈를 해결하고 개선하셨어요. 그건 고객사에서도 그렇게 말했어요. 그건 아무도 반박할 수 없어요.”
최근 한 달간은 나를 멘션하고 나한테 이슈 확인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전부 태그 해서 당신들은 프로덕트 한 개를 담당하지만 난 두 개를 하니까 작작 좀 하라고 소리 지르고 모니터라도 던져야 시원해질까 싶은 날이 잦았는 데, 그나마 모니터는 던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조금은 덜 분노할 수 있게 소화기로 1차 진압은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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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피해의식이 있다는 걸 알았다.
욕심도 많고 피해 의식도 있고 말만 번지르르하고 덜렁대고 막상 시키면 겁먹고 도망가고 싶어 하고 갈수록 예민해지고 짜증만 늘고 의심하고 못 믿고 방황하고 눈치 보고 그러면서 선동과 날조 없이 그냥 내 말만으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거 보면 또 재밌고
악취미에 인간성 제로. 사이코패스. 소시오. 도파민 중독자.
그런데 립서비스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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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나를 고뇌하게 했던 말들.
“이 회사의 장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네 맞아요. 정확하게 판단하셨어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가 뱉고 내가 감탄한 말
“앱은 이미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가 계획한 로드맵에 대한 컨펌만 필요합니다. “
머리 비우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