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우울증 치료일기 <18>
이제는 내 몸을 탐구하는 기분이 든다.
5월에 휴일근무가 반복되고 마음고생을 하면서 거의 10kg이 빠졌다. 8월이 아직 다 가지도 않았는데 8월의 시작점부터 다시 유행하는 코로나에 걸리지를 않나 코로나 다 나으니까 장염에 걸리질 않나 장염은 심지어 거의 열흘째 앓고 있는 느낌이다. 한번 더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내가 일상의 루틴을 되찾아 오는 동안 선생님은 여전히 바쁘셨다. 이렇게 마주 앉아 내 근황을 침착하게 묻고 이럴까요? 저럴까요? 이렇게 물어보시는 게 체감상으로는 두 달 만인 것 같았다. 그러면서 약간은 심각한 얼굴로 현재 체중을 물으셨다. 10kg가량 빠졌다고 말씀드렸다.
증상들을 말씀드릴 때 특이사항은 딱히 없었지만 나는 항상 불면이 문제였고, 이번에도 날이 너무 더워서 새벽에 깨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게 잘 못 된 것 같아서 말씀드렸다. 투여량이 체중과 비례해야 한다고 하시던가, 57kg일 때 36mg을 먹었는 데 이것도 적게 먹은 거라고 하셨다. 지금 체중이 10kg가량 줄었으니, 내 몸이 57:36의 비율이 가장 최적이라고 인지하고 있다면 지금 이 용량이 과다(까진 아니지만)하게 투여되고 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27mg으로 내리고 관찰하기로 했다. (24.8.16. 오늘 받아왔다.)
약을 내렸으니 당연히 각성이 덜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게 불편하면 다음에 와서 콘서타는 다시 원복하고 수면에 영향을 주는 약을 조절하자고 했다. 선생님은 이 시점에서 악순환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셨다. 평소에도 수면을 약으로 조절하려고 하지 않는 분이라 '악순환'이라는 표현의 등장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냥 문득 생각나서 선생님께 얘기했다.
"약을 빼먹은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졸려서 죽을 것 같아요."
"본인 몸이 각성이 안 되는 몸이라서 그래요. 남들처럼 잠이 덜 깨서 졸린 게 아니에요."
뭔가 30년을 넘게 그냥 잠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건 처음에 ADHD라는 것을 확진받았을 때의 충격 이후의 충격이었다. (사실 ADHD라는 걸 알았을 때는 충격보다는 속상했다. 업무 태도 지적받은 순간들이 떠올라서)
잠이 많은 사람치고는 아침에 비 오는 날 빼고는 잘 일어나고, 자도 자도 졸린 게 만성피로가 아니라 그냥 내 몸이 각성이 안 되는 것이라는 것 때문이었다는 걸 이해하니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가 해결된 느낌이었다. 이렇게 또 내 몸의 상태를 알아가는구나 싶다.
당연하게도 하루종일 졸린 사람이 모두 ADHD는 아니고 ADHD는 특징이 산만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새롭게 깨달아서 너무 신기했다는 점이 너무 신기했다. 이제는 내가 이런 병이 있어서 불편하다기보다는 내가 모르는 나를 탐구하는 재미가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36mg 에서 27mg으로 다시 내려왔다.
그냥 뭐 항상 먹는 거... 없어도 되지 않을까?
동일.
안정제. 아마 수면약을 조절하면 얘가 조절대상 1위지 않을까?
불면증 약.
부작용이 졸림인 약. 처음엔 어? 했는데 한동안 괜찮은 거 보면 효과 있었던 거 같다. 반알씩 처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