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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순 Sep 18. 2024

동화처럼 아름다운 할아버지의 풍선 여행.

영화 - UP ( 2009)

이 글은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주인공 칼은 아내의 추억으로 가득 찬 집에서 요양원으로 쫓겨나게 된다. 하지만 칼은 집과 아내의 꿈을 지키기 위해 집에 수많은 풍선에 매달고 여행을 떠난다. 도착지는 어릴 적 아내와 함께 꿈에 그리던 파라다이스 폭포, 생에 가장 드라마틱한 할아버지의 모험이 시작된다.




 누구도 감동받는 파노라마 시퀀스


   꿈이 있는 사람끼리의 만남 그리고 그 꿈은 현실에 부딪쳐 이뤄지지 않는다. 부부가 함께 모은 저금통처럼말이다. 저금통은 계속 가득 차지만 당장 필요한 곳에 쓰이고 만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꿈을 언젠가 실천하기 위해 저금통에 돈을 계속 모은다. 그 시간은 노년이 될 때까지 이뤄지지 않는다. 그제야 칼이 파라다이스 폭포를 당장 가야겠다고 깨닫는다. 하지만 현실은 매정하게도 아내에게 죽음을 선사한다. 둘의 만남부터 죽음까지의 인생을 5분으로 압축해 놓은 이 초반 파노라마 시퀀스가 나를 울렸다. 마치 내 삶의 꿈이 현실에 바래지는 것처럼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처럼 말이다. 신파에서 만들어 낸 눈물이 아니라 마음을 울리는 연출이 정말 대단하다.



설득이 되는 상상력


    영화에는 허구적인 부분이 많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보면 영화라기보다 한 편의 동화 같다고 할 수 있다. 풍선 타고 날아가는 집, 태풍으로 인해 파라다이스폭포까지 가게 되는 장면, 집을 몸에 묶은 채 걷는 칼과 러셀, 걷기도 힘든 칼의 초인적인 힘, 말하는 강아지들 그리고 비행선에서의 결투와 마지막 아이스크림가게에서 비행선을 주차하고 먹는 아이스크림까지 말이다. 이런 많은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건 할아버지의 소원이 이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그것이 이 영화의 강력한 설득력이 된다. 칼의 인생을 녹여내는 스토리가 없었다면 이 부분들이 매끄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업은 그걸 해냈다.



입체적인 등장인물들


    영화에서는 아웃사이더, 즉 어딘가 섞이지 못한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주인공 칼은 이웃 하나 없이 고독하게 지내는 인물로 나오며 나중에는 요양원에 가야 했다. 성격도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워 지냈고 사회적으로 격리가 필요한 사람처럼 나온다. 러셀도 마찬가지다. 부모님이 이혼하여 엄마 혼자서 키우는 자녀로 나오고 또래 애들보다 조금 특이하고 아빠에게 인정받기 위해 배지를 모은다. 더그도 강아지 무리에서 왕따를 당한다. 찰스먼츠도 위대한 업적을 이룬 모험가지만 사기꾼으로 오해를 받아 세상으로부터 외면받는다. 멸종위기 동물인 케빈도 자신과 새끼를 지키기 위해 찰스먼츠에게 잡히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한다. 아빠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아들, 죽은 아내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할아버지, 엄마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케빈, 그동안의 오명을 벗기 위한 평생을 쏟아부은 찰스먼스의 노력, 무리에게 미움받지만 자세히 보면 엄청 사랑스러운 더그까지 이렇게 입체적이고 결함이 있는 캐릭터 덕분에 설득력 있고 공감 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 재밌는 것이다.



계속 부딪치는 갈등 그리고 성장


    영화가 단순히 동화 같았다면 이렇게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에 몰입되는 또 한 가지의 이유는 갈등에 있다. 영화 내내 갈등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그리고 그 갈등을 통해 주인공 칼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변화한다. 아내와 평생 살던 집에서 쫓겨날 때 그는 풍선에 집을 매달고 여행을 떠난다. 요양원을 가는 대신 아내의 추억이 담긴 집과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아내와의 꿈을 지키기 위한 마음으로 삶을 원동력을 다시 얻는다. 그 이후 파라다이스 폭포를 가기 위해 만난 도요새 케빈을 집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또 한 번 갈등이 생기고 자신의 우상인 찰스먼스한테 케빈을 지키기 위해 칼은 거짓말은 한다.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 찰스먼스 아지트에서 탈출한다. 이제 이야기의 갈등은 극으로 치닫게 된다. 찰스먼스를 또 한 번 마주한 칼은 집을 불태우겠다고 협박하면서 케빈을 내놓으라고 한다. 여기서 칼은 케빈 대신 자신의 집을 지킨다. 아내와 추억이 담긴 집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겠는가. 케빈을 집까지 데려다주겠다는 러셀과의 약속까지 지키지 못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가 꿈에 그리던 파라다이스 폭포에 도착하지만 분위기는 어딘가 침울하기만 하다. 여기까지 본 나도 칼에 대해 무언가 찝찝하고 우울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확 달라진다. 강력한 한방, 그건 아내의 모험노트에 적힌 결혼 이후의 사진들이 가득하고 터져버린 마지막 문장 때문이다.


당신과의 모험 고마웠어. 이제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나!

그 이후 칼은 각성하게 되고 영화는 해피엔딩이 된다. 이 강력한 한방을 위해 쌓아 올린 서사가 완벽하다. 파라다이스 폭포를 가기 위한 스토리를 부정해 버린 뜻도 담고 있어서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의 다양한 갈등과 강력한 한방 때문에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는다.





    영화 업이 재밌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건 픽사의 상상력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감동적인 메시지 그리고 이야기플롯까지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나는 초반 시퀀스에 오랜만에 울었고 마지막 문장에서 형용할 수 없는 벅참을 느꼈다. 엔딩장면의 아이스크림 먹는 씬도 맘에 들었다. 천공의 성 라퓨타가 생각났다. 도요새 케빈과 러셀의 캐미, 귀여운 더그까지 캐릭터들이 아기자기하면서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상상력과 재밌는 스토리 덕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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