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권고사직을 받았다. 고등학교 1학년 아버지에 맞벌이 가정도 아니다. 아내는 육아를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이 와서 육아 휴직을 하다가 결국은 그냥 퇴직을 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가 아내는 다시 일을 잡아 보겠다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지만 잘 되지 않아서 마트에서 케셔로 일을 했다. 그렇지만 힘든 육체적 고통이 또 문제가 되어서 그만두고 정말 육아만 담당을 하게 되어서 친구는 혼자서 돈을 벌게 되었다.
친구는 대학 때부터 난 놈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평판도 좋고, 그래서 우리는 아마 우리 동기들 중 가장 취업도 먼저 하고 결혼을 먼저 할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는 흙수저라 그럴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고 방학이면 토익 토플은 기본이며 외국어 시험까지 치르며 열심히 땀방울을 흘리더니 결국 4학년 2학기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입사를 했다. 그때 친구는 세상 모든 걸 가졌다며 정말 기뻐했다. 우리는 동기의 축하파티를 열기 위해서 대학에서 늘 가던 실비집에서 고기에 막걸리를 마시며 진짜 어른이 된 것처럼 웃으며 울었다. 그리고 이 친구는 3년이 지나서 갑자기 그만두어야겠다고 이야기하더니 이직을 준비했고 다른 대기업으로의 이직은 쉽지 않았지만 성공을 했고 직군은 다른 직군으로 했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하더니 이곳은 더 짧게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이곳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
지난주 친구는 2통의 부재중 전화를 남겼고, 난 저녁에 전화를 했다.
집이었다. 육아를 담당하고 아내는 부재중이라며 전화를 하는데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무슨 일이야?"
나는 매우 놀랐다.
친구는 "나 권고사직받았다"
너무 놀라서 "왜?"
친구는 "왜긴 능력이 없으니 받지"
나는 "농담하지 말고"
친구는 "아니 진짜야, 여기가 그렇지. 처음에 여기 지원했을 때 다들 그러더라고, 수명이 30년이다 20년이다 그래서 나 처음에는 안 믿었거든. 그런데 막상 일하니까 한해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보따리를 5명 정도 싸더라. 남일이니까 그냥 술 마시고 웃으며 헤어지는데 그 뒤끝이 어수선했어. 그래도 택시에서 보는 뒷모습이 사는 게 다 그렇지 하면서 일반화시키니까 그런가 보다 했지. 그런데 내가 그 택시에 탈 사람이 되고 보니 이거 장난이 아닌 거지. 부인은 나보고 이제 어떻게 할 거냐 하는데 인생이 언제 계획대로 가냐. 그래서 그냥 슈퍼나 할까? 했는데 웃더라"
난 할 말이 없었다. 솔직히 어떻게 배려를 해야 할지 몰라서 갈길을 잃었다. 잘될 거야라는 말이 너무 폭력처럼 들릴 것 같아서 말하지 못하고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친구는 "야 고맙다, 그래도 전화를 다 주고"
나는 "아니 네가 전화를 하면 두 가지 중 한 가지야, 너 대학 때도 그랬어. 좋은 일 아니면 안 좋은 일"
친구는 허허 웃으며 "내가 극단이었니?"
라고 묻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그만큼 신중했다고"라고 말을 하니 잠시 정적이 울렸다.
친구는 목이 매이는지 "야 밥 먹자"라고 하는데 나는 "그래 그러자"라고 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내 나이가 벌써 권고사직을 이라는 생각을 하니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내 주변에 20대에는 공무원으로 많이 갔다. 철밥통이라는 생각에 공무원으로 뛰어들어서 시험 본다고 3년을 공부해서 간 친구들이 정말 많다. 이럴 때 다른 친구들은 자격증을 따서 공기업에 취업을 했고 또 다른 친구들은 못 가도 중소기업에서 힘을 키운 뒤 대기업을 가겠다고 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여러 부류의 친구들이 있었고 있다. 먹고사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나도 대기업을 다니다가 내가 못 견뎌서 나온 케이스라 다들 좋은 밥통 스스로 찼다고 했지만 그건 사람마다 다르니 결과값이 다르리라 생각한다. 결국은 나의 문제였다.
나이가 들면 회사에서 바라는 그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있고 왕관의 무게가 있다. 분명 있다. 그래서 보고서 한 줄을 써도 허투루 볼 수 없다. 팀장이 되면 내가 팀원이었을 때 볼 수없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입장차이가 있어서 할 말들이 늘어가면서 스트레스는 더 쌓이게 되어있다. 그 속에서 자라면서 성장하는 조직문화에서 내 일이라는 것들은 결국은 월급이라는 액수에서 위안을 받는다면 그건 너무 단순하게 이야기되는 것이기에 나는 함부로 월급을 말하지 않는다.
이제 앞으로 더 많은 친구들이 권고사직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걱정이 되고 나 또한 걱정이다. 나도 힘든데 내가 누구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될 수 있을지.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듣는 연습을 많이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