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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만남의 장소는 스타벅스일까?

by 몽접

몇 안 되는 친구들과 약속이 잡혔다. 만나야지 만나야지 하면서도 나만 결혼을 하지 못했고 뒤늦게 합승을 한 친구는 요즘 육아로 전쟁길을 걷고 있다. 그러다 다 같이 만나자, 하면서 정한 장소가 스타벅스이다.


처음에는 스타벅스가 아니었다. 대학 때 추억도 있고 하니 대학교 근처에서 자주 가던 커피숍에서 보자고 했다. 그러다 다음날 친구 s가 "몽접아 거기 없어졌다. 야. 어떡하지?" 사실 그곳은 핫플레이스였다. lp를 틀어주는 약간 아날로그 감성의 카페여서 우리끼리는 이런 낭만 없다 하면서 가을이면 단골로 가서 사장님도 우리를 알아봐 주셔서 이 무렵이면 쌍화차를 멋지게 주셨다.


처음 쌍화차는 에피소드가 있다. 사실 우리 동네 쌍화차는 전통파였다. 노른자가 뜨고 계피향이 나는 쌍화차, 처음 그것을 맛보고서는 "엄마 난 싫어" 하고 미간을 흐렸더니 엄마는 깔깔 웃으시며 "몽접아 나이 들면 이만한 보약 없어, 어서 먹어" 하시던 장면이 떠오른다. 어쨌든 우리는 그곳에 "야 우리 쌍화차 콜?" 하면서 주문을 했는데 아니 이런 쌍화차인지 계피차인지 너무 싸해서 코를 막고 먹은 기억이 있다. 그래도 웃으며 음악을 감상하고 마음에 노동을 풀고 나오면 다음 수업에서는 웃으며 마쳤다.


그런 추억의 장소가 사라졌다니 나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럼 우리 자주 가서 먹었던 백반집에서 먹자"라고 제안을 했다. 그러자 이번엔 친구 h가 "그래 내가 알아보겠어" 하면서 하더니 또 얼마 있지 않아 "야 후문 그 집 닫았다" 결국 우리는 "그러지 말고 스타벅스에서 만나자"

우리는 어쩔 수 없네,라는 결론을 내리고 신촌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들 동선이 2호선이라 그게 제일 빨랐다.


다 같이 모이게 되면 아마도 거의 2년 만이다. 세월이 빠르다. 한 명은 마지막 연애에서 실패하면 더 이상 연애도 결혼도 없다고 했는 데 성공해서 결혼하고 아이가 생겼고 지금은 벌써 고등학교 학부모라 늘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친구, 또 한 명은 남편과 사랑과 전쟁을 일상으로 즐기는 친구 그리고 한 명은 부업으로 꽃집을 열어서 열심히 꽃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친구다.


사실 나는 대학 때 친구가 별로 없었다. 성향이 맞는 친구들이 많이 있지도 않았고 아르바이트한다고 도서관 간다고 이래저래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형편이 안 돼서 밥 먹을 때도 "몽접아 기다릴 테니 와라"라는 문자를 받고서 뛰어가면 "야 일찍 다니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웃으며 "나 뛰었거든" 하면서 먹었다.

늘 바쁜 삶을 살면서 친구들과 부딪혔기에 친구들은 묵묵히 기다렸다.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러고 보니 친구들이 결혼 전에 만날 때도 스타벅스에서 만났다. 왜 많은 장소 중에서 스타벅스에서 만날까? 아마도 가장 평범해서 그리고 지점도 많고 편해서일 거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많은 말을 해서 추억이 있어서, 커피 한 잔 주문하고 수많은 이야기를 한다. 각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살아 가는 이야기다. 나는 들어주는 사람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삶이 정말 빠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늘 공통점은 있다. 불만들이 있고 불편한 지점들을 이야기하는 부분들은 있지만 그 역시 삶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아마도 스타벅스에서 만나는 거 아닐까 싶다.

알아보니 정말 아이러니는 대학교에 스타벅스는 더 늘었다.

언제 대학교를 방문하고 싶은데 혼자 가기는 그렇고 친구들과 가 볼 요량이다.

대학에서의 추억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내 전공을 배웠고 20대 초년생을 보냈던 곳이다.


이번 신촌 스타벅스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지 생각을 하니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사실 이들과 접합점이 없다.

결혼도 육아도 시댁에 대한 스트레스도 그래서 나는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친구들은 나를 만나면 "몽접아 네가 제일 팔자 좋다"라고 말한다.

그럼 나는 "그럼 혼자 살아"라고 말하면 "우린 늦었지"라고 합창한다.

곧 있을 모임에 작은 메모장을 사서 손편지라도 써야 할 것 같다. 많은 빚을 진 친구들에게 그렇게라도 갚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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