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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김낙수보다 낙수 부인이 더 슬프다

by 몽접


나는 솔직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다. 이유는 처음 이사를 할 때부터 책이 너무 많아서 벅차서 그냥 포기를 하고 책을 읽기로 해서 이렇게 산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불편하지 않냐고 하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고 그냥 일상이 되니 여유롭게 아날로그로 산다. 그런데 이렇게 핫한 드라마가 나오면 따라가지를 못한다. 대세를 따라가지 못하니 귀동냥을 한다.


옆자리 동료는 이 드라마의 광팬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나는 "그렇게 재미있어요?"라고 물으면 "자기도 봐" 하면서 이야기를 해 주시는데 솔직히 안 봐도 너무 디테일이 있어서 얼추 알 것 같다. 그리고 짤이라고 보여주셔서 그렇구나 하면서 울고 웃는다.

그런데 요즘 브런치에도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만 봐도 유행은 유행인 것 같다.

그리고 이제 한 2주 정도 이야기를 듣고 나도 친구가 보내 준 스틸컷으로 보는데 아니 김 부장은 그래, 우리 사회에 있는 김 부장 짠하다. 그런데 왜 낙수 부인은 이야기 안 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낙수는 은퇴를 하고 마냥 놀 수 없어서 미래를 위해서 여기저기 알아본다. 영업자리 이직을 위해서 서류를 넣고 면접을 보는데 월급은 200백을 부르는데 친구는 건물주, 그래서 결국은 상가분양을 찾아가지만 사기를 당하고 부인도 모르게 일을 진행시키니 결국은 탈이 난 것을 비밀에 묻자니 공황장애까지 왔다. 나중에는 부인도 알게 되는데 부인은 이야기한다. "내가 가족은 가족이니?"라고 아들은 3천만 원이 뜯기고 남편은 사기를 당하고 그러는 동안 부인은 한 푼이라도 벌겠다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서 취업을 해서 하루에 9만 원을 벌었다고 남편에게 자랑을 하며 통닭을 시켜 먹고 그러는 남편은 속이 불편하다. 하루하루 남편의 몸이 좋지 않아서 결국은 알게 된 부인은 배신감에 치를 떨지만 마지막은 인생수업 했다고 하자고 이야기한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면 보통은 너무 화가 나서 그렇게 웃으며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까?

맨발로 길을 걸으며 낙수와 부인은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챙겨가며 이야기를 하는데 낙수 부인은 처음부터 굉장히 낙천적으로 나온다. 그래서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마음 아픈 부인으로 보였다. 그리고 낙수 부인의 웃음이 더 슬펐다.


여동생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 자리에 홍보 자리라도 갔으면 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고 이리저리 가족을 위해서 살아가는 낙수부인은 사실은 낙수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할 것 같았다.

낙수부인은 가족을 사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고 이 시대 모든 가정의 아내들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김 부장이 슬프다고 하는데 그렇다. 김 부장도 슬픈데 나는 그런 김 부장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더 씩씩하게 살아가자고 아픔을 안아주는 부인이 더 슬퍼 보였다. 아파도 가시가 있어도 참는 낙수 부인이 더 슬퍼서 어쩌면 낙수가 더 열심히 사는 게 아닐까 싶어서 너무 낙수에게만 시선이 있는 게 다소 아쉽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여러 형태의 모습으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어느 한 사람의 모습으로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개성으로 있기는 하지만 가족이라는 단어로 묶이는 순간은 희생이라는 단어는 단지 마이너스의 감정이 아니라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공존하는 감성일지도 모른다.


드라마가 말해주는 사회의 현실은 매우 차갑다. 그래서 더 공감을 얻는 건 아닐까 싶다.

드라마를 보면서 매번 울었다는 옆자리 동료는 나에게 추천을 해주며 어느 시대이든 아픈 과거는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며 말을 마쳤다.

그렇다. 늘 시대는 김 부장이 있었고 김낙수가 있었고 그 김낙수 옆에 김낙수 부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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