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내게 집을 옮기라고 말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너무 힘들어서 버스를 타면 거의 넉다운인데 그것도 운이 좋아야 자리를 앉을 수 있다. 버스에 지하철로 환승하는 구간은 정말 지옥이다. 사람들에게 부딪혀 겨울에는 춥기까지 하니 패딩에 바람에 나는 어떻게든 내 백팩을 구하느라 안간힘을 쓴다. 동료들은 가벼운 가방을 메고 다니라고 손가방을 추천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늘 책을 들고 다니느라 습관 같은 거라 손가방은 있으나 일 년에 한두 번 들고 다닐까 말까 하는 확률 낮은 일이다. 가끔 그런 가방을 가지고 나가면 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불안하다. 그래서 결국은 백팩을 멘다.
처음 3시간을 왕복했을 때는 피로해서 거의 잠을 잤다. 쪽잠을 자면서 내일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앉아서 노트북을 가동하고 그러다가 사람들이 밀려오면 노트북을 접고 다시 책을 읽고 어쩌다 노인분이 앞에 계시면 자리를 양보하고 그렇게 가다가 집에 가까워지면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러다 알았다. 이 3시간의 왕복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회사 일?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 정답이 아니란 뜻일까? 그래서 예전 아주 오래전 내 중학교 시절 입학 때가 떠올랐다.
내가 중학교 때만 해도 신문은 국한문 혼용이었다.
그래서 부모님은 한자를 모르면 신문을 읽을 수 없다고 하시고 한자를 공부하고 포켓용 한자사전을 주시며 학교 다니면 버스를 타야 하니 그때그때 꺼내 읽으며 눈으로 익히라고 주셨다.
갑자기 그때가 문득 생각이 나서 중국어를 시작했다.
예전에 대학교 때 중국어를 아주 어렵게 공부했었다. 너무 어려워서 중국어학과에 있는 친구에게 밥을 사주며 이래저래 얼추 배웠는데 그것도 아마추어라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한다고 자격증까지 어렵게 따서 중국에 가서 공부를 하고 돌아왔고 그 자격증으로 많은 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몇 년이 흘렀는지 모르게 잊어버렸다. 아니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위화 작품을 읽어야지 했는데 , 중국어판으로 읽고 싶어서 샀다. 그런데 막혔다. 이런 난감함은 누구의 몫일까? 그래서 결국은 다시 중국어를 공부하기로 하고 사람들은 나에게 회화 중국어부터 공부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회화 중국어를 다시 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음을 구별하는 게 어려웠는데 얄팍한 상식이 있다고 나름 열린 귀가 익숙해졌다. 확실히 회화 중국어는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3시간 왕복에는 중국어 회화에 중점을 두고 열심히 듣고 따라 했다.
옆자리 동료는 "그러지 말고 자격증 따"
툭 하고 던진 동료의 말에 그럴까? 생각이 단 번에 들어서 신청을 했다.
하지만 문법이 아직은 완성이 안 돼서 어찌할까 고민만 열두 번은 더 하고 미정으로 남았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하루가 결정되는 건 다 아는 이야기.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한다.
벌써 일 년의 마지막 달이다.
올해 목표가 다이어트, 일 년 다이어리 꽉 채우기. 독서 많이 하기 , 건강 챙기기. 명상하기 등등 많았는데 역시 새해 목표는 하나로 만족해야 한다.
나는 요즘 스님들이 하신다는 동안거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말도 줄이고 행동에도 나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두고 말도 음식도 좀 조용하게, 감히 동안거라고 했지만 조용한 겨울을 통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