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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밀가루, 술 뭘 끊을래?

새해 다짐.

by 몽접

새해가 이제 달력 한 장도 남지 않았다. 거창한 계획은 이제 세우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천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구입한 육심원 다이어리에 목표를 적어야 하는데 뭘 적을까 하다가 번뜩 떠오른 건 내 삶의 방향성과 습관이었다. 생각해 보니 늘 책 많이 읽기 대충 100권 이렇게 적어 놓고는 읽지도 못하고 다이어트라고는 하는데 유지어터고 그래서 이래저래 머리는 아프고 이참에 아예 나의 습관을 바꾸고 싶었다. 생각해 보니 나잇살이 문제다. 그래서 야금야금 걸어 다니면서 살을 빼면서 내 몸의 방향성을 뭔가 결정을 해야 싶었다. 그게 커피, 밀가루, 술이었다.


먼저 커피는 잠시 안 마신적이 있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정말 습관적으로 마시다 보니 나도 모르게 중독이 되어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잠시 커피 대신 녹차를 마셨다. 처음에는 쓰다 하다가 이것도 습관이 되어서 자주 마셨다. 뭐 살도 빠진다고 하니 일거양득이다 싶어서 그렇게 했는데 결국은 다시 커피로 돌아갔다. 문제는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 이면 되는데 나는 자바칩 프라페이다. 크림에 초코 시럽이 들어간 혈당 스파이크이다. 그래서 스트레스받으면 밥은 안 먹고 이걸 마신다. 그래서 살이 찔까 봐 하루 종일 굶고 이걸 마신다. 그리고 다음날 몸무게를 확인하고 정상이면 다음날 또 마시고 옆사람은 그러다 정말 당으로 죽는다고 해서 많이 줄였지만 아직은 중독이라 고민이 크다.


그다음 밀가루, 난 면은 그나마 조절할 수 있는데 빵은 정말 조절이 안된다. 많이 끊었다. 예전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빵부터 먹었다. 이것도 혈당 스파이크다. 나는 마늘빵을 좋아해서 아침에 사서 야금야금 먹고 한 봉지를 사면 3일은 나눠서 먹고 그리고 또 사고 그러다 보면 크림빵이나 찹쌀빵 등등 기타 군것질을 빵으로 해서 그날도 밥 대신 빵을 먹어서 후회를 한다. 어떨 때는 이런 내가 싫어서 빵을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다음 날 내 손에는 빵이 들려있다.


마지막 술이다. 술은 일 년에 두어 번 마신다. 술이 몸에 받지 않는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몸이 좋지 않거나 뭔가 컨디션이나 기분이 좋지 않은 날 마시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나 스스로 술을 즐기지 않고 회식을 해도 나는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스트레스받아서 사는 게 쓸쓸하고 이게 뭔가 무너진다라는 생각이 들어 코너에 몰리면 나도 모르게 반주로 혼밥에 한두 잔은 마신다. 그러다 보니 일 년에 두어 번은 마시게 된다.

혼자서 혼술 하는 모습이 짜증 나서 남은 술을 개수대에 다 버리고 나서 운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간사해서 금방 잊어버린다. 술에 의지해서 나 자신을 변명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나를 즉시 하며 피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 나도 반성하고 바뀔 수 있으니까.


자 새해에는 무엇을 끊어야 내가 더 좋아질까? 생각이 많아진다. 커피를 끊자니 당이 필요하고 밀가루를 끊자니 나는 타고난 빵쟁이라 자신이 없고 술을 끊자니 일 년에 두어 번 먹는 인간적인 나를 버리기가 아쉽다. 그래서 고민이 크다. 그래서 나는 지금은 살짝 합의를 했다. 그냥 지금은 줄이는 방향으로 커피는 일주일에 두 번 밀가루는 빵을 호밀빵으로 술은 지금처럼 일 년에 두어 번으로 뭐든 극단 적이면 더 스트레스이다.

모른다, 이러다 끊어버릴지. 사실 그러면 너무 인간적이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고 우리 할머니는 강조하셨다. 그리고 자주 하시는 말씀이 냉수 먹고 속 차리라는 말씀 하신다. 똑바르게 살라는 말씀을 그렇게 하신다. 생각해 보니 하루에 1리터는 마셔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아서 물을 많이 마셔야겠다. 물 많이 마시면 살도 빠지고 몸에도 좋다고 하니 빵이나 술이나 커피도 당연히 줄어들지 않을까, 나 같은 소식자에게는 이만한 처방전도 없지 싶다. 늘 새해 목표는 거창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목표는 아주 소박하게 실천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걸,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시간은 상대적으로 빨리 간다는 것을, 그래서 그런가 우리 할머니는 말씀하신다. 눈 한번 감았다 뜨면 일 년이 간다고 어렸을 때는 무슨 소리인지 몰랐는데 지금은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무튼 생각하고 실천하기, 이 실천이 늘 문제다. 정신 차리고 살아보자라는 게 내 목표다. 그래서 다음 해 내년에는 뭐든 줄이면서 나 자신을 풀어주고 싶다. 강박적인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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