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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Feb 15. 2024

주름은 포기할래요.

어느덧 나이가 들면서 주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니 보였다. 하지만 난 눈을 외면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러다 한 번에 훅 간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별 신경을 쓰고 살지 않았다.

그러다 친구와 전화를 했는데 친구는 규칙적으로 보톡스를 맞으러 간다고 한다. 난 그게 신기해서 "아프지 않아?"라고 물었고 친구는 웃으며 "야 사는데 공짜가 어디 있어"라고 되받아쳤다.

하긴 그렇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것 같다. 우아한 여자가 꿈이었다. 목소리도 중저음에 머리색깔도 흰머리이지만 그럭저럭 괜찮고 그때는 스키니진이라는 개념이 없었으니 그냥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며 흰 남방에 청바지가 어울리는 중년의 여자, 혹은 할머니를 꿈꾸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서클활동이 방송국이었는데 그때 내 담당이 아나운서였다. 그래서 교내 방송국에서 일을 할 때 내 목소리가 전파를 탈 때는 괜히 긴장을 하면서 다부진 목소리를 내겠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대학을 가서도 문학 동아리와 방송국 동아리 시험을 쳐서 들어갔는데 막상 문학동아리에 대한 내 로망이 너무 컸는지 1학기를 못하고 나왔고 방송국은 좋아서 그곳에서도 아나운서로 일을 했다. 열심히 했다. 취재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나름 생각을 했다. 주름, 그래 주름이다. 나이가 들면 자신에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나는 어떤 얼굴로 늙어야 할까를 고민했다. 당연히 아주 온화한 얼굴로 늙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사람 마음처럼 되면 그게 사람이겠는가! 나도 사람인지라 희로애락이다. 그래서 결국은 책도 읽고 심리학도 공부하고 했지만 지금에 내 결론은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쌓여서 그러니까 행동과 마음이 쌓여서 내면에서 내 주름이 생긴다고 생각하니 더 조심스럽게 살아진다.


당장 우리 할머니는 엄청 날씬하시다. 소식이다. 그리고 타인에게 너그러우시다. 주름살은 많은데 흉하지는 않다. 우리 엄마도 주름은 있지만 거의 느끼지 못한다. 물론 손이 안으로 굽어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내 목표는 엄마처럼 늙는 것이다. 엄마는 거의 행동과 말이 같은 분이라 실천이 어려운데 여태 이렇게 살아오셔서 내 초등학교 닮고 싶은 사람은 헬렌켈러였지만 고등학교 이후는 엄마로 바뀌었다.

삶에 목표 그리고 닮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는 것에 난 흥분이 되었고 나름 좋았다.


내가 쓰는 크림은 그냥 기초만 바른다. 그리고 아이크림, 그래서 주름이 있다. 하지만 내 주름은 멋지게 키워서 멋있는 할머니로 남고 싶다.

사람들은 "그게 얼마나 어려운데"라고 말하면 "그러게요"라고 말한다.

가만히 생각하면 난 실천이 어려운 미션에 많은 기대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었다.

지난번 염색도 포기한다고 했는데 주름까지 포기, 난 동안에 포함된다. 그래서 나중에는 아마 나이가 들어 보일 것 같지만 마음과 행동을 조심스럽게 하면 살짝 깎아 주시지 않을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주름을 포기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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