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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다른 의미'의 주말

나도 주말에는 쉬고 싶어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금요일이 그립다. 아마 모든 사람들 주말을 기다릴 것이다. 리 세 식구는 서로 어떤 주말을 기다리는 걸까? 각자에게 주말을 기다리는 마음은 전부 다르다. 개발자인 나는 주말에는 기술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싶다. 전업주부인 아내는 평일에 지친 육아를 잠시 내려놓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우리 아이는 아빠가 하루 종일 놀아주는 행복한 주말을 꿈꾼다.


"주말에는 다 같이 쉬면서 여유를 즐기자"


내가 하는 말이다.


"주말에는 여기 놀러 가자"


아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다.


"주말엔 아빠랑 하루 종일 놀고 싶어"


이가 하는 말이다. 렇게 각자가 생각하는 주말이 전부 다르다. 말에 대한 아내와 아이가 가지는 나에 대한 기대치는 엄청나게 높다. 나도 주말에는 쉬면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가정을 이루면서 주말은 더 이상 "나만의" 주말이 아니게 되었다. 혼자 쉬고 싶어도 쉴 수 없고 모두가 만족하는 주말을 보내야만 한다. 근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주말에는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다.


내가 어릴 때는 우리 부모님은 왜 이렇게 잠이 많나 싶었다. 어떻게 낮에도 잠을 저렇게 많이 잘 수 있는지 궁금했다. 막상 내가 부모가 되니 아이랑 조금 놀다 보면 지루해서일까 힘들어서일까 잠이 엄청나게 쏟아진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는 아닐 거라는 게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때는 정신이 쌩쌩하다. 크게 몸을 쓰는 것도 아닌데 수면제를 먹은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진다. 그리고 점점 등이 바닥과 가까워지면서 놀다가 잠들어버린다. 그렇게 나에게 주말은 아이와 놀다가 잠들어 버리는 하루가 되는 게 태반이었다. 아이가 클 때까지 매번 이런 주말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암담했다. 주말에 정말 푹 쉬고 싶었다. 그렇지만 평일에 고생한 아내에게도 여유가 필요했다. 어떻게 모두가 만족하는 주말을 보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법이 없었다.


"엄마 아빠도 주말에는 쉬고 싶어!"


이대로는 살 수 없다. 충전이 없이 소모만 한다면 온몸의 에너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의지와 긍정적인 사고가 동작을 멈출 것만 같았다. 그 순간이 우리 가족에게 가장 큰 위기일 것이다. 서로 피곤에 쩌들어서 다투고 싶지 않았다. 우선 아이와 타협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엄마 아빠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긍정적으로 수긍했다. 그리고 아이 나와 어떤 주말을 보내고 싶은지 어떤 놀이를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하루 종일 아빠만 졸졸 따라다닐 거야!"


나와 그냥 함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한다. 아빠가 놀아주지 않아도 회사를 가지 않는 주말이 정말 좋다고 말한다. 마음이 아팠다. 아이가 바라는 주말이 너무 단순했다. 그냥 나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방치할 수는 없기에 나와 아이가 함께  하돼 서로의 시간을 존중받을 방법을 찾아봤다.


함께 하되 분리된 시간 가지기

참으로 애매한 말이다. 함께하면 함께하는 거지 어떻게 분리하라는 건가. 여기서 함께란 같은 행동을 하되 각자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이 책을 읽되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다. 여기서 규칙은 항상 붙어 있는다. 나는 책 읽고 싶은데 아이는 싫어할 수 있다. 그럴 때면 번갈아서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합리적이었다. 그만큼 아이의 차례에 최선을 다해 따라 주기로 했다. 또 문화센터를 많이 이용했다. 배려가 많은 아내는 주말마다 내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아이를 문화센터에 데려갔다. 지금은 내가 데리고 간다. 아이도 재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어 좋고 그동안 나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와 책 읽기를 할 수 있었다. 잠깐의 휴식시간 동안 같이 쿠키도 먹고 만들어온 작품도 감상했다. 아이도 나와 함께 문화센터 가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이렇게 밖에서의 분리된 시간도 마련되니 아내도 주말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만 만족했었던 주말

내가 원하는 주말이란 아마 당분간은 없을 것이다.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는 이상 평안 속의 주말이란 사치일 수 있다.

나 혼자였던 그때 나만 만족했었던 주말은 끝이다. 다만 이제는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다른 의미의 주말을 모두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푹 쉬지는 못하고 항상 아이에게 맞춰주는 것이 정말 힘들다. 다만 그 속에서도 내가 가질 수 있는 행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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