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다가올 그 때를 기다려..
책을 꾸준히 읽는 다는 것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삶에 여유가 있을 때에는 일주일에 2-3권도 읽었던 것 같은데, 무언가에 빠져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을 때(실제로는 그렇게까지 바쁜 삶은 아니지만..)에는 한 권, 아니 한 장의 책도 읽기 어려운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최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생각이 복잡해 두 달 정도 책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중고서점에서 사두었던 최인아님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김상욱님의 "떨림과 울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모두 사두기만 하고 제대로 펼쳐보지를 못했어요. 그래도 책을 다시 읽기는 해야 겠고, 새로운 책은 안 잡히고 해서 이전에 읽었는데 좋았던 박정민 배우님의 "쓸만한 인간"이라는 책을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박정민 배우님은 파수꾼이라는 영화부터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실 때마다 항상 인상깊은 연기로 정말 연기를 잘하시는구나 싶었던 배우셨는데, 글도 너무나 잘 쓰시더라구요. 두 번째 읽다 보니, 처음에 읽었을 때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부분이 지금의 상황들과 맞물려 와닿기 시작해 오늘은 그 글에 대해서 남겨보고자 합니다.
"목이 마를 때 물을 생각하듯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그 때를 기다려." 이 말은 박원상 배우님이 스무살의 박정민 배우님에게 해주었던 말이라고 합니다. 정작 박원상 배우님이 술을 마시고 나서 해주신 말씀이라 기억을 못하실 수도 있다고 하셨지만, 이 말이 저에게도 참 많은 공감을 일으키더라구요.
살면서 '자연스럽다', '평범하다'라는 말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더욱 느끼곤 합니다. 어렸을 때는 좋은 대학 나와서 직장에 취업해 평범하게 사는 것이 그렇게까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왜 잘 몰랐을까요. 그냥 남들처럼 자라서 취업해서 살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살기에는 정말 많은 고민과 삶의 흔적들이 담겨야 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요즘 사람들의 눈이 높아져서 평범함에 대해 기준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저는 그런 기준보다는 '자연스럽게, 나다운 평범함'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목이 마를 땐 자연스럽게 물을 생각하듯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그 때를 기다리라는 말이 큰 공감을 일으켰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판단으로 선택하고 행동한다고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 기준 그리고 생각에 맞춰 흔들릴 때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가 특히 더 그러한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는 제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서 산다고 하지만, 참 많은 부분에서 내가 살고 싶은 데로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는 것 같기 때문이에요. 대학교 전공을 고를 때부터 직장에 이력서를 넣을 때까지도 나에게 자연스러움 보다는 그저 흘러가듯이, 또는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준비하고 행동할 때가 많았던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점점 더 나이가 들어가면서 언젠가는 나에게 자연스러운 그런 순간이 오기를 기대하며, 오늘부터라도 조금이나마 나다운, 내가 바라는 순간을 기다리며 선택하기를 바라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