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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Nov 02. 2024

시월을 보내며...

다시 일어설 것임을, 그것이 이제껏 살아온 나에 더 가까울 것임을...

나는 압니다.
그 사람도 많이 후회할 것을...
나에게 따뜻하지 못했고, 진심으로 사과하지 못했고, 무수한 순간들에 신뢰를 주지 못한 것을 스스로도 알 것임을.
그러나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입니까?
지금 당장은 모를 수도 있겠지요. 자존심이 자존감 보다 셌던 사람이었으니...
허나 분명한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알 수밖에 없다는 것.


아무것도 아닐 일로 가슴이 쓰렸습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들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고질병처럼 식도염이 위염이 석 달 이상 약을 먹어도 낫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약을 먹은 까닭에 아마도 영양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탈모가 생기고, 혀의 작열감이 온 것 같습니다. 아마도 위산분비가 많이 억제되어 좋은 영양분도 흡수가 잘 안 되었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아프지 않고 지낸 날들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합니다.

아프지 않을 날들이 있을까요?
나의 함부로 살아버린 청춘과 젊음을 돌이키고 싶습니다.

이것처럼 어리석은 말이 있을까요?
자꾸만 되뇌는 말들이 넋두리가 되어갑니다.

원래 삶을 늘 희망적으로 바라본다고, 활력을 준다고, 그래서 에너지 넘치는 이은희라서 좋다는 선배님들과 선생님들의 말씀을 늘 듣던 저였지만요 하지만 지금 저는 제 안에서는 도저히 그런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이 얼마나 큰 가식이었고, 나를 짓밟고 일어서는 일이었는지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분들에게 활력을 주던 이은희는 대체 누구였을까요?

그래도 또 나는 압니다.   
다시 일어설 것임을, 그것이 이제껏 살아온 나에 더 가까울 것임을...
조금만 우울하기로 합니다. 조금만 더 아파보기로 합니다. 이 신열을 조금 더 앓아내기로 합니다.
하루하루 살아지는 하루가 그래도 아주 오랜 시간을 지나 놓고 보면 충분히 또 아름다웠을 것을 알기에...
원래 꼭 지나 놓고 아는 것들이 있기에.
지나가야만 아는 것들이 있기에...

2024년 10월 25일 금요일 아침...





추신.

시월의 마지막 날, 광교호수공원~~♡


추신 2. 이은희 시인의 연재 브런치북


추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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