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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식도염

이 쓰라림은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일 테니...

by 이은희 시인

식도염

이은희


네모난 진공의 보틀 속에서는

시계의 초침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눈을 떠 분명히 부유하고 있는데도

커다란 살색 먼지가 된 듯


갑자기 '어제 갓 말려 신선한 고등어가 여섯 마리 만원'이라는 녹음된 생선 트럭 아저씨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나왔을 때,

네모난 진공의 보틀 어디에 틈이라도 생긴 걸까?


레바미피드* 150밀리그램을 삼키고도

쓰린 속은 공복 상태의 시간이 길었기 때문일 테지


그나마 다행이다.

이 쓰라림은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일 테니.



*소화기내과에서 위염, 식도염에 처방해 주는 위점막 보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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