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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詩 혹시 사립을 열어두셨나요?

열어둔 사립으로 독 발린 사과를 건넬 수도 있어요. 하지만...

by 이은희 시인

혹시 사립을 열어두셨나요?

이은희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이 있는 거니까요. 아무것도 아닌 껍데기일 뿐인 사이에서 더 가까워질 것이란 없지요. 껍데기가 가까워지면 서로가 서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서 짓눌리고 심하면 가루가 되어 완전히 바람의 방향에 따라 흩어지고 말 테니까요. 각자의 삶은 그대로 두는 것이고, 스스로의 삶은 누구도 침범치 못하게 구획을 정하여 살면 되는 것이에요. 혹시 사립을 열어두셨나요? 열어둔 사립으로 갖가지 탈을 쓰고 변장한 인류들이 들어와 붉고 탐스럽게 윤이 나는 독 발린 사과를 건넬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가끔 향기 짙은 바람에 꽃소식을 전해 듣기도 하고, 또 가끔은 친절한 촌부가 방금 딴 노오란 참외를 건네기도 하겠지요. 색바람에 땀을 식힐 수도 있어요. 어느 밤엔 하얀 눈꽃을 선물로 받을 수도 있지요. 그렇기에 위협의 가능성 속에도 폐쇄할 수만은 없는 것이 마음일 테죠.




2025년 10월 14일 화요일 새벽(0시 50분 무렵?) 방금...


이 詩 <혹시 사립을 열어두셨나요?>는 작년쯤 초고를 대충 쓰고, 올해 6월 무렵 퇴고를 조금 한 듯싶다.

살아가는 동안 사람에게 우리는 얼마나 많이 상처를 받으며 살던가? 믿음의 크기가 컸던 사람일수록 배신의 상처는 클 테지...

누구나 인간은 이기적일 수 있다. 이타적이기는 인간 본성상 오히려 어려울 테니. 허나 본인이 요구하고 추구하고 싶어 하는 만큼 상대에게도 상대의 필요를 채워줄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조금도 나를 위해 자신의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나 역시 이타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 그런 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가끔의 순풍에 마음이 간지럽고, 어느 초겨울 밤의 하얀 눈송이에 아련한 시림으로 설레는 것은 어찌하겠는가?






추신.

이은희 시인의 연재 브런치북



추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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