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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하림 Aug 26. 2022

볼보 S90 B6 AWD 인스크립션 직접 타보니

3편 : 400만원 저렴한 S90 B5 인스크립션을 사야 하는 이유



사고 싶을 만큼 좋지 않다


  단돈 400만원. 볼보 S90의 가장 선호도 높은 트림인 S90 B5 인스크립션과 S90 B6 AWD 인스크립션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패키징만 따지면 S90 B6 AWD 인스크립션을 안살 이유가 없다. S90 B6 AWD 인스크립션은 더 높은 엔진 성능, 전륜구동을 대체하는 AWD 시스템, 시원스럽게 쭉 뻗은 20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이 추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400만원이라는 가격 차이가 상당히 합리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늘은 상반된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과거 S90 D5 AWD 인스크립션을 1년간 탔고, S90 B5 인스크립션과 S90 B6 AWD 인스크립션을 시승한 사람으로서 S90 B6 AWD 인스크립션은 과유불급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더 높은 성능을 자랑하지만 그 차이를 느끼기 쉽지 않으며, AWD 도입 및 20인치 휠이 적용되면서 실연비는 더욱 낮아졌다. 종합적인 상품성, 주행성능을 놓고 보면 S90 B5 인스크립션이 훨씬 매력 있다.




지구상 가장 복잡한 내연기관 탑재


  S90 B6 AWD 인스크립션에 탑재되는 파워트레인은 보통의 내연기관과는 다르다. 직렬 4기통 2.0리터 엔진에 터보차저 · 슈퍼차저 · 전기모터를 모두 더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아이신 TG-81SC)로 구성된다. 터보차저와 슈퍼차저가 동시에 적용된 것은 과거 T6 AWD와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다. 저회전에서는 슈퍼차저, 고회전에서는 터보차저를 작동해 가장 이상적인 가속을 실현한다는 설명이 기억에 남는다.


  성능 차이에 대해서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은 최고출력 300마력/5,400rpm · 최대토크 42.8kg.m/2,100-4,800rpm, 전기모터는 14마력 · 4.1kg.m를 각각 발휘한다. 이전 모델인 S90 T6 AWD 제원(320마력 · 40.8kg.m)과 비교해 보면 최고출력은 엇비슷하고, 최대토크는 조금 더 높아졌다. 공차중량은 1,979kg, 공인연비는 도심 8.5km/L · 고속도로 12.4km/L다. S90 B5보다 150kg 가량 더 무겁다.




4기통 엔진의 한계를 나름 극복


  S90 B6 AWD 인스크립션의 엔진 시동 과정은 통상적인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같다. 우리에게 친숙한 스타트 모터는 없으며, 전기모터를 이용해 스르륵하며 엔진 시동이 걸린다. 다만 이 과정이 처음에는 상당히 낯설 수 있다. 모든 라인업에 4기통 내연기관을 탑재하고 있고, 특히나 플래그십 세단인 S90 입장에서는 이는 장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4기통 엔진 회전 질감이 좋다고 해도 시동 과정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피할 수 없기 때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엔진 회전 질감에 대해서 말하자면, 특별히 인상적이진 않다. 볼보에 탑재된 4기통 가솔린 엔진은 그야말로 4기통 엔진에 딱 맞는 회전 질감을 갖췄다. 이상적이진 않지만, 딱히 빠지지도 않는다. 또한 S90 B6 AWD 인스크립션 파워트레인의 핵심인 터보차저와 슈퍼차저의 작동 과정은 사실 크게 와닿진 않는다. 과거 T6 가솔린 엔진은 슈퍼차저 음색이 꽤 들렸지만, B6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이 특성까지 잠재워 버렸다.




제원 밑도는 체감 성능 · 답답한 최고속도 제한


  반면 제원 대비 체감 성능은 확실히 낮다. 예를 들어 볼보에서 밝힌 S90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0-100km/h 가속 시간은 S90 B5 7.2초 · S90 B6 AWD 인스크립션 7.2초다. S90 B6 AWD 인스크립션을 탔을 때 S90 B5 제원 버금가는 정도로 빠르게 느껴지고, 시승에 나섰던 올해 2월 실측한 결과는 7초 후반대였다. 참고로, S90 B5는 8초 중반 정도를 기록했던 기억이 있다. 제원 차이가 50마력 · 7.1kg.m인 점을 감안하면 아쉽긴 하다.


  S90 B6 AWD 인스크립션은 확실히 실용 영역에서 힘의 여유가 느껴지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볼보는 지난 2020년 안전을 중시한다는 취지로 모든 차의 최고속도를 180km/h에 묶어뒀다. S90 B5를 탈 때도 한계에 금방 다다랐는데, S90 B6 AWD 인스크립션은 그보다 한계에 다다르는 시점이 훨씬 빠르다. 힘의 여유, 충분한 토크 대비 최고속도 제한이 빠르게 걸리다 보니 운전자로서는 김이 확 새게 된다.




S90 B5가 가장 매력적인 이유


  이는 어디까지 300마력대 자동차를 탄다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특히 초기형은 독일 스포츠 세단 버금갈 만큼 서스펜션이 딱딱했고, 핸들링 성능과 고속주행 성능이 괜찮은 편이었다. 다만 이 특성은 페이스리프트 이후 완전히 바뀌었고, 서스펜션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노면을 처리하는 전 과정이 2000년대 국산차 버금갈 정도다. 좋게 말하면 정말 편해진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노면 추종성이 불안하게 느껴질 정도로 나빠졌다.


  사실 이 차가 속한 세그먼트를 감안해 보면 맞는 변화일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차의 핵심 시장인 중국 고객의 입맛이 이런 것이라면 응당 맞추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다. 부드럽고 편안한 승차감, 제법 괜찮은 정숙성 등을 갖춰 차급에 맞는 자질을 갖춘 것도 맞다. 대신에 성능 차이를 크게 체감하기 힘들고, 섀시와 서스펜션 세팅이 달리는데 치중하지 않는다면 굳이 상급 모델을 고집할 필요는 없겠다. S90 B5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볼보 S90이 가진 다양한 장점은 여전


  파워트레인에 대한 몇 가지 사소한 불만이 있을 뿐. 운전하는 과정에서 볼보 S90이 가진 가치를 S90 B6 AWD 인스크립션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장점 외에 능동형 안전 사양에 대한 만족감도 상당했다. 초기형에 비해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능력과 파일럿 어시스트 작동 시에 코너를 선회하는 능력이 한층 개선됐다. 다만 파일럿 어시스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을 매번 조금씩 돌려줘야 하는 건 번거롭긴 했다.


  실연비도 제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승차를 운용한 3박 4일 동안 780km를 주행한 누적 평균연비는 9.8km/L. 고속 항속 시 평균연비는 14km/L 정도는 나왔다. 다만 초기형처럼 주행모드 설정이 가능했다면, 평균연비를 1km/L는 더 높일 수 있었을 거다. 참고로, 볼보는 탄력 주행에 따른 실연비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다. 페이스리프트 기점으로 아예 주행모드를 설정할 수 없게 바뀐 건 효율성 증진 측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긴다.




S90 B6 AWD 인스크립션 한줄 평, 좋지만 애매한 플래그십 세단


  S90 B6 AWD 인스크립션. 앞서 말했던 볼보 S90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고, 합리적인 가격은 이 차를 한층 더 이뻐 보이게 만든다. 성능 차이, AWD가 추가되니 상당한 이득을 보는 것만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설명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볼보에 적용된 AWD가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도 아니고, 타는 것만으로 그 차이가 확 체감되진 않는다. 정리하면, 20인치 휠 · 타이어와 출고 순번 등을 이유로 구매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사실 S90 B6 AWD 인스크립션을 구매할 결정적인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Good : 세월을 거스르는 세련된 외관, 고급스러운 실내, 합리적인 가격, 한층 더 영리해진 파일럿 어시스트


Bad : 제원을 밑도는 엔진 체감 성능, 초기형 대비 편하다 못해 물러진 서스펜션, 주행모드 설정 기능 부재


시승차 정보 및 가격 : 2022 볼보 S90 B6 AWD 인스크립션, 7,250만원


* 본 콘텐츠는 볼보코리아로부터 시승차를 지원받았으며, 그 이야기를 가감 없이 썼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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