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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로크무슈 Apr 15. 2022

아이슬란드 - 두려움에 관하여

(22) 아이슬란드 - 두려움에 관하여

내가 겁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어깨가 아플 지경으로 한껏 움츠러들 때가 종종 있다.

새로운 환경,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두려움.


어릴 때는 이런 예측불가의 상황, 다가올 모험 따위를 즐겼다.

함께 파도타기 할 철없는 친구들도 있었고, 만약 잘못되더라도 뒤돌아 왔던 방향으로 힘껏 내달리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으니. (사실 그 나이 때는 도망가도 될, 딱 그 정도의 고민이었다)


내 인생은 오롯이 홀로 헤쳐 나가야 함을 알게 된 후로는 정말 겁쟁이 그 자체가 되었다. 아마 군대나, 23살 미국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한 때부터가 아니었을까 회고해본다.


내 선택에 따른 책임이 눈덩이가 되어 몸으로 잔뜩 받아내야 하는 나이가 되면서는 걷잡을 수 없었지. 물론 아직도 받아내느라 벅찬 것은 사실이다. 의지할 사람이 생기면 좀 덜할까 싶다가도, 다들 각자 짊어진 짐이나 그 크기를 보고 안도하는 것 밖에 안 되겠구나 싶어 포기했다.




여행은 이 모든 현실과 일상의 무게감을 잠시 잊게 해 주지만, 여행도 나름의 두려움이 있다.


여행지에서 제일 무서운 건, 뭐니 뭐니 해도 ‘집에 가고 싶다’라는 감정이 피어오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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