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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로크무슈 Apr 13. 2022

파리 - 아침, 2호선

(21) 파리 - 아침, 2호선

간 밤에 푹 잤다. 파리의 마지막 날.


푹 잔 탓인지 6시가 거의 다 된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해가 아직은 짧은 탓에 창밖은 어둑어둑하다.


포트를 쓰는 건 조금 찝찝하지만 그래도 커피를 포기할 수 없 물을 끓인다.


호텔에 구비된 티백 커피를 한잔 내린다. 커피 향이 약간은 기분을 상기시 일찍 일어난 것을 실감케 한다.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 여유가 도대체 어딨냐며.


컵을 감싸 쥐 커튼을 걷으니 건너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른 아침 스피닝 머신에 열중인 멋진 사람들


건물 내부 뭔가 역동적인 움직임이 있 자연스 눈길이 갔다. 세네 명의 남성이 스피닝 머신을 열심히 굴리고 있 덕분에 건물 한 층이 체육관인 것을 알아차렸다.


넘치는 활력에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해지는 것 같. 10년째 입으로만 운동해야지를 외치는 Agari-Exerciser는 오늘도 저녁까지 이 다짐이 이어지길 바랄 뿐다.


아침 일찍 하루를 여는 사람들. 꽤나 익숙한 광경서울이나 파리나 사는 게 별 다를 바 없구나 느끼면서도, 어디서 살며 뭘 하든 결국 마음가짐의 차이인가 싶다. 여행 와서 자극이라니.


저 사람들은 하루를 어떻게 쓰는 걸까 궁금해하다 보니 어느새 나설 준비가 끝났다.


괜히 신경 써 침대보를 정리했다.




마지막 날의 파리는 촉촉하게 비가 온다.


다행히 기분 나쁜 비는 아니었다. 쏟아지지도 않으니 굳이 우산을 쓰진 않았다.


통근시간의 지하철에 올랐다. 관광객이 많을 법도 한데, 마침 그 칸에 캐리어와 함께 올라탄 승객은 나뿐이다. 2호선이니 9호선이니 정도는 아니지만 적당히 지옥철이 만들어진다.

약간은 무거운 공기. 이 아침이 반가워 보이는 사람은 없다. 또 한 번 사람 사는 거 다를 바 없구나 다시 느끼면서도, 괜히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으려 캐리어를 몸 쪽으로 바짝 당긴다.


목적이 뭐든 다들 바삐 움직인다.


무심하게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 가득 들어찬 객실이 불쾌한 사람, 부딪히는 사람을 노려보는 사람. 꼬인 이어폰을 푸는 사람. 감히 낯이 밝은 사람이 없어 괜히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서울에서 매일 아침 이랬는데, 하면서.


낙원은 없겠구나 약간은 허무해진다.

그러면서도 모두 이러고 산다고 하니 안도감을 느낀다. 무리 속에 섞인 기분일까.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차창 밖으로 에펠탑이 보이면 대부분이 창문을 쳐다본다는 것.


출처 : Unplash, Ja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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