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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영 Jan 03. 2024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에잇, 퉤 퉤 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정아은




작가,

작가,

나에게 ‘꿈’ 같은 단어.

장래희망이자 목표인 꿈이라기보다

dream처럼 멀고도 흐릿한 그것.







성격 둥글둥글하며 사람 좋아했던 젊은 시절의 나는 진짜 나였을까?

나는 육아를 하면서 진짜 나를 만나게 되었다. 세상 예민하고 멘털이 바싹 마른 가을 낙엽 수준이며 감정이 태도가 되어버리는 모자란 나를 말이다.

그것을 깨달은 후에는 많이 우울하고 힘들어서 주변에 함께 육아하는 친구들에게 속내를 털어놓곤 했다.

그래서 알게 된 또 한 가지 착잡한 점은,

나는 자기 평가기준이 남들보다 까다로워 육아를 잘 못한 것 같은 날이면 죄책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느끼는 편이라는 것과 그 죄책감의 이유는 끊임없이 내면으로 향하는 생각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다시 침대에 몸을 뉘일 때까지 온갖 생각은 내 몸을 거의 점령하고 잠식한다.


어젯밤에 단톡방에 공유한 영상이 좀 저질이었나? 이런 걸 웃기다고 공유한 나도 저질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왜 다 확인하고는 재밌다는 답이 없을까?


애들 아침시간에 잔소리는 되도록 안 했어야 하는데, 딸 둘은 지금 학교 가면서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을까? 너무 어른스럽지 못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베란다 밖으로 투척하는 인간의 뇌구조가 궁금하다.


이번주에 언니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그게 오늘이면 좋은데, 톡을 넣어볼까? 아니야, 지금까지 톡이 없는 걸 보면 오늘 다른 스케줄이 있나 보다. 괜히 뭐 하냐 물어서 상대에게 거절해야 하는 부담을 주지 말자.

생각의 속도가 손을 다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 넘치는 생각 중 정말로 유효한 생각은 일부다. 나머지는 쓸데없는 걱정 아니면 지나친 감정이입일 뿐.

이 넘쳐나는 생각을 공감받고 싶어 말로써 친구들에게 다 털어놓았지만 나라는 사람은, 감정에 쉽게 휘둘리고 지나치게 예민해서 삶이 피곤한 인간으로 정의 내려졌다. 공감이 아닌 짠한 안쓰러움만 얻어낸 것 같다. (사실 이것 또한 스스로에게 너무 야박한 나머지 과장된 비약일지도 모른다)​


내가 다이어리를 쓰고, 블로그를 쓰고, 그중 몇몇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도 하는 이유다. 세상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이 감정들을 쓰지 않고는, 터져나가는 생각을 정리할 수 없다. 쓰고 나면 가시 돋친 감정이 내 몸에서 빠져나가 ‘거기’ 있는 것처럼 한 걸음 거리를 두고 간접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다이어리는 당연히 나만 볼 수 있고, 내 블로그와 브런치는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으니 괜찮다.





​​​​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의 저자라는 사람은 감히 나의 드림인 ‘작가’에 대해 지나치게 솔직하다.

고결하고 고매한 나의 ‘작가’를 형편없이 인간적으로 써놨다. 정말 현실적이어서 환상이 깨져버릴 것만 같다. 어쩜 이런 생각과 표현을 이리도 거침없이 쓸 수 있을까. 일개 독자인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진짜 작가들이 이 책을 본다면? 난 작가가 아니니 알 수 없지만, 가려운 곳을 벅벅 긁어준 듯한 느낌 아닐까. 난 정아은 작가님의 책을 무조건 더 찾아 읽고야 말겠다.

‘작가’라는 직업은 참으로 어렵다. 끝없이 자기 존재를 출간으로써 나타내지 않으면 무언가 애매하다. 자격증이 발부되는 것도 아니요, 매일 출퇴근이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들, ‘작가’라는 호칭의 얼마 동안 붙일 수 있는 걸까? 3년? 5년? 그러다 안개에 잠기듯 흐릿해지다 사라지면 더 이상 ‘작가’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일까?

 고매하고 고결해 보이는 그 직업이 어쩌면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을 짜내어 영혼과 같은 작품을 세상에 꾸준히 내놓아야 인정받을 수 있는 하드코어 직업군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작가? 우습다. 나에게 그저 꿈일 뿐 북극성처럼 멀고도 아름답다. 신간코너에서 만난 책 등에 ‘작가’라는 두 글자만 보고 뽑아낸 책이다. 그만큼 그 타이틀은 매력적이고 멋지다. 욕심이 난다.


아니다.

혼자 글 쓰는 것만 좋아할 뿐 능력도 없는 내가 입에 ‘작가‘라는 말을 올리기조차 부끄럽다.


하지만 이곳은 나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부끄러운 내 욕심을 써봐도 될까? 내 이름이 박힌 책 한 권을 가지고 싶다고.


혹여나 또 누군가 비웃을까 움츠려든다. 나 따위가 작가라니, 책이라니 가당치도 않다.


에잇, 퉤 퉤 퉤!!


부정 타기 전에 허공에 침 뱉는 시늉을 해본다.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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