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과 미역국 라면
매년 딱 한 번만 맞이할 수 있는 날, 생일!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고 연초에 생일인 만큼 한 해를 어떻게 보내면 값질까, 행복할까, 그리고 건강할까를 고민하며 맞이했다.
결혼한 지 10년째인 나는 결혼해서 매년 남편 생일에 한국식 생일 밥상을 준비해 함께 했다. 미역국, 달걀말이, 불고기, 나물, 잡채 등등 부모님께서 일 년에 한 번인 생일 밥상은 푸짐하게 먹어야지 든든하게 한 해를 보낼 수 있다는 가르침을 실천했다. 남편은 매년 생일 밥상에 대한 기대와 안도가 점점 커졌다. 그렇다고 요리 가짓수에 대한 것은 아니다. 가족이 챙겨주는 아침 생일 밥상이 좋은 것뿐인 듯하다.
몇 년 전부터 남편이 내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기 시작했다. 일본 소고기 와규를 사 와서 미역국 레시피를 보면 몇 년째 아침을 챙겨준다. 나름대로 맛을 낸다.
그런데 올해는 깜박한 것이었다. 잊을 정도로 일이 바빴다는 것보다는 그냥 생각을 못한 것 같다. 전날 밤 12시에 생일 노래도 불러주고, 다음날 일어나서 생일 노래를 또 불러주는 보면 생일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서로 재택근무하면서 점심때가 다 되어 메뉴를 고민하다가 그때 생각이 났는지 "와카메 수프(미역국)!!!" 비명 아닌 비명을....
남편은 타협점을 찾고 용감하게 힘 있게 말했다.
"미역국 라면"
남동생한테 얻은 오뚝이 쇠고기 미역국 라면이 하나 있어 끓이기 시작했다. 추가로 간장으로 졸인 다진 쇠고기와 미역을 넣고, 달걀도 하나씩, 정성스레 담은 미역국 라면(※사진)! 평소에 즐겨먹던 라면과 다른 맛이라고 하면 너무 감정 이입한 걸까, 하여튼 맛이 깊었다. 보통 라면 수프를 마시지 않는데, 생일 미역국 대신이라고 생각하니 남길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생일 미역국이 뭐가 중요하냐고 마음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부부에게는 생일이란 특별한 날의 소통 수단이며 사랑과 행복 인증으로 미역국이 어느새 정착했던 것이다. 저녁은 몇 달 전부터 예약한 맛집의 코스로 금액면으로는 비교할 수 없지만, 잊지 않고 미역국을 떠올려준 남편에게 감사하다. 남편에게는 지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한국 문화가 생각나지 않아 당황스러운 경우가 종종 있다. 초조해하지 말고, 애쓰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스멀스멀 몸에 익혔으면 한다. 늘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