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은 멀쩡함을 증명하는 시간

by 윤틈

쉬는데, 정말 괜찮은 걸까

쉬기 시작한 첫 달은 계속 불안했다.


채용 공고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고, 할만한 일이 있을까 싶어 메일함을 열었다 닫았다.
이제 누구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주는 묘한 기쁨, 때와 장소를 구별하지 못하던 전화들로부터 해방되었다는 홀가분함. 현관에 아무렇게나 방치해 둔 사무실 짐 보관 상자까지, 모든 것이 한데 섞여 날카롭고 따갑게 느껴졌다.


나는 스스로를 백수라고 명찰 붙였다. 처음 맞이하는 방학은 어떻게 보내야 할 줄을 몰라 매일같이 운동만 출석했다.


제목이 없는 채로 산다는 건 늘 미치도록 불안했다. 일도 공부도 놓지 못해서, 살면서 쥐어본 시간의 대부분이 늘 부족하고 가난했다.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들만 하며 살아보는 건 여전히 남의 카드를 몰래 긁는 기분이다. 뚜렷한 뭔가를 하지 않아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으며 조금 느슨해져도 나는 나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잔잔해졌다.
별 일 없이도 하루가 지나감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 괜찮다는 말이 비로소 진심처럼 느껴졌다.


지쳐도 쫓겨도 여유가 없어도 늘 무언가를 해야만 했던 나는, 잠깐 멈춰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다. 불안하고 방향이 애매해도, 괜찮은 척이 아니라 진짜 괜찮은 나로 살아보려는 자세.


요즘은 친구와 앱을 만든다.

누가 시킨 것도, 돈이 급해서도 아니고 그냥 배운 도둑질 한 번 해보고 싶어서.

이런 게 좋다.


불안을 품은 채로도 멈춰 서 있기

내가 정한 경계를 지켜보기

온전히 내 힘과 선택으로 삶을 굴려보기


휴식은 내가 멀쩡하다는 가장 조용한 증명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