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내가 스타야!

1. 디벨로프, 우리가 하나였던 곳

by 써니베어

[프롤로그]

우리가 같은 편집샵에서 일하던 그 시절,

누가 우리를 갈라놓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디벨로프'. 하루에도 수십 명이 드나들던 핫한 편집샵.

그 안에서 주연과 나는 마치 하나의 분신처럼 움직였다.

나는 스타일링을 맡고, 주연은 피팅을 했다.

손님들은 늘 말했다.

"너희 둘, 진짜 브랜드 하나 차려도 되겠다."

그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우리 둘은 진심이었다.

뭔가 될 것 같았고, 실제로 그렇게 될 뻔했다.

문제는, 우리만 진심이었던 게 아니라는 거다.

누군가는 그 진심을 불편해했고, 누군가는 그 진심을 질투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 덕분에, 우리는 결국 서로에게 등을 돌렸다.

이건, 같이 빛나고 싶었던 두 여성이 너무 빛나버린 이야기다.

그리고 이제—다시, 무대 위에 선다.



[1화] 디벨로프, 우리가 하나였던 곳

디벨로프에서 일한 지 2년쯤 됐을 무렵.

그곳은 단순한 옷가게가 아니었다.

스타일이 있었고, 감성이 있었고,

무엇보다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엔 늘 주연과 내가 있었다.

주연은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에 무심한 듯 예쁜 얼굴.

피지컬이 타고났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델형이었다.

반면, 나는 키가 작고 '귀엽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얼굴이 밝고 손이 빨라, 스태프들과 손님들에게는 늘 친근한 스타일링 언니로 통했다.


우린 정말 잘 맞았다. 주연은 옷을 입었고, 나는 입혔다.

하루에도 수십 벌을 입히고,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며 우리는 무늬만 직원이었다.

실질적으론 디벨로프의 얼굴이였다.


어느 날, 박미현 실장이 회식 자리에서 말했다.

"주연이 얼굴 하나로 브랜드 하나 해도 되겠다."

그 한마디가 내 속을 긁었다. 웃었지만 웃긴 게 아니었다.

그 실장은 항상 주연을 먼저 봤고, 언제나 나는 그 옆에 있는 사람이었다.


어색한 회식 자리를 잠시 피하려던 순간,

주연이 쓴웃음을 지으며 소주 한 잔을 들이킨 걸 봤다.

번잡한 회식이 끝나고 편의점에 들른 나는,

우연히 라면을 먹고 있는 주연을 마주쳤다.

편의점 안, 주연과 나는 패션과 꿈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꿈을 꾸는 동지가 되어버렸다.

말은 안 했지만,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우리 브랜드를 만들 거였다.

우리가 함께 걸어갈 미래의 감성, 스타일, 에너지를 담은 진짜 브랜드를.

그날의 주연은 웃고 있었고, 나도 웃고 있었다.

하지만 우린 몰랐다. 서로가 서로에게, 양날 같은 존재가 될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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