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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록 Jun 08. 2022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올해 안식년이라면서요...

2022년 1월 19일,

그러니까 오늘로부터 만 141일 전, 인생 세 번째 퇴사를 했다.


그 전 두 번의 퇴사가 환승 이직을 위한 이별이었다면, 이번 세 번째 퇴사는 결이 달랐다.


휴직하면 제대로 못 쉴 것 같아서요

 

쉬고 싶으면   휴직을 하면 되지  굳이 퇴사를 해야 하냐는 상무님의 질문에 했던 대답.


2018 9,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정말  어떤 것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오로지 일에만 집중하며 3 반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완벽한 워커홀릭이었던 나의 시간은 마치 군가 시계태엽을 계속 앞으로 감아놓는  마냥 빠르게 흘러갔고, 이렇게 회사 일만 하다 30대를 맞을 것만 같은 불안함에 스물아홉의 12,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선물하자 마음먹었다. 잠깐 트랙에서 내려와 숨을 고르며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재점검해보고 나의 한계를 시험해볼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흥미 부자인 나는 평소 배우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 퇴사하기도 전에 이미 퇴사 버킷리스트를 꽉 채워놨었는데, 이걸 다하려면 최소 1년은 필요할 것 같아 휴직이 아닌 퇴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드렸다. 돌아가야 할 곳이 있으면 쉬는 내내 계속 마음 한켠이 불편할 것 같다고, 흰 도화지 같은 나의 서른에 1년간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아무도 모르는데 회사로 돌아가야 한다는 답을 정해놓고 시작하고 싶지 않다고. 




그렇게 퇴사하고 네 달이 지난 지금,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하며, 그리고 가끔은 썩 내키지는 않지만 통장 잔고를 한 번씩 채워주기 위해 이런저런 프로젝트들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제발 그냥 좀 쉬어


그리고 어제, 오랜만에 만난 아빠가 그냥 좀 쉬면 안 되겠냐 물었다. 친구들도 매일 왜 퇴사하고 더 바쁘냐며 언제 쉬냐고 묻는다.


하지만,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 있을까? 퇴사하며 2022년을 '나의 안식년'이라 이름 붙여줬지만, 애초에 마냥 푹 쉬기만 하는 한 해를 원한 건 아니었다. 성격상 나는 단 하루도 그렇게 살지 못한다. 늘 뭔가 할 게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다.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는 나를 위해 지은 제목이 아닐까 싶다.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쉼이다.


읽고, 쓰고, 적당히 일하고-

온전히 내가 통제하며 하고 싶은 것들로 채울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쉼인 것 같다.


전생에 일 못하다 죽은 귀신이 붙었는지 퇴사하고도 어찌저찌 프로젝트성 일들이 계속 들어오는데, 이마저도 시간적/공간적 자유가 있다 보니, 쉬엄쉬엄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쯤 되면 그게 뭐가 됐든 무언가를 계속 하며 바삐 지내는 삶을 나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네 달 동안 꽤 많은 퇴사 버킷리스트들을 달성했다 생각했는데, 다양한 경험이 쌓이다 보니 리스트에서 지워지는 수만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빠르게, 자꾸만 새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더 생겨난다. 그리고 그 새로운 것들을 클리어하기 위해 또 바삐 지내고, 거기서 또 하고 싶은 게 생기고...


어쩔 수 없이 나의 자발적 백수의 삶에 연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자꾸만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다 보니 더 늦기 전에 나의 퇴사 일지, 그러니까 이 소중한 독립 여행기를 까먹기 전에 그때그때 기록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나의 퇴사 버킷리스트를 한 가지 더 클리어해본다 :: 브런치에 퇴사일기 작성하기(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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