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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티제 Aug 17. 2024

밀가루로 자해 좀 합니다

나는 왜 장이 예민할까

(말랐다)


장이 약하다 먹는 게 한정적이라


마른 사람은 성격이 예민하다던데


예민보다는 섬세하고 눈치가 빠른 편이다


또, 막내로 태어나서 어깨너머로 저렇게 하면


혼나는구나를 스스로 깨달은 적도 많고


뭐 무튼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면


저녁이든 새벽이든 기분 나쁜 고통을 견뎌내야 한다


고통을 해결하다 죽는다 해도 그게 전부인 셈(?)


너무 아파서 고통을 끝내고 싶은 적도 많았다


초반엔 진짜 이랬지 훈련 전에



(단체 생활의 아픔)


대학생 때는 MT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학생이라 다들 버는 돈이 없는 시절


1/N으로 배달을 시켜 먹으려고 했다


나는 장이 약하여 여러 번 거절을 하니


자연스레 함께 하는 것에 제약이 들어갔다


다들 밥보다는 치킨, 피자를 너무 좋아하여


먹는 것부터 소외되고 소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이해를 바란 건 아니지만


'언젠간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가 나타나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며 나는 내 쪼대로 한식만 먹고살았다


단체 생활이 나한테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세상에 밀가루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햄버거, 짜장면, 짬뽕, 라면, 파스타, 떡볶이 등


좋아하는데 먹으면 자꾸 배가 아파서 싫다


싫다


싫다


나는 밀가루가 싫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 안 아픈 척)


요즘 친해진 인프피 친구와 기름진 점심을 먹고


디저트 먹으러 유명한 대형카페에 가서


빵 몇 조각 골라먹겠다고 했다가 너무 먹었다


먹다가 배가 살살 아파와서 잠시 화장실을 가고


화장실 가도 배출되는 게 없다 일단 안정감 찾으러



여기 카페 빵만 유독 밀가루 함유량이 높은 건가


왜 여기서 디저트 먹으면 식은땀에 배가 아픈지


저녁에 사달이 나버렸다



(밀가루 딜에 실패하여 또 병원행)


바깥 온도 35도에 나는 겨울 이불을 찾았고


온몸이 달달거리며 엄청난 추위를 느끼며


배와 목 뒤 등 몸 전체가 숯불구덩이


혹시나 코로나일까 하여 했지만


고열을 동반한 설사는 급성장염


열이 38.4도까지 오르더니 응급실


대체 나는 밀가루랑 무슨 딜을 했던 걸까


이게 몇 번째야 아주 지옥을 경험 중이다


이제는 먹는 족족 나온다


약해진 장이 견디질 못한다



또 살 빠졌네


탈수에 수액 때려 붓고 겨우 전해질 채워지는 기분

내가 실시간으로 여기저기 다 말했다니



(실험은 소용없다)


라면정도는 이젠 괜찮겠지


먹는다


괜찮다


어느 날은 안 괜찮다


햄버거정도는 이젠 괜찮겠지


먹는다


괜찮다


어느 날은 안 괜찮다


나는 이걸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장 컨디션에 따라 복불복


그냥 먹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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