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끝자락
여름이 지나니 여름에 이루지 못했던 소소했던 소망들이 아쉬웠다. 가을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 가을에 이루지 못할 소소한 소망들이 아쉽다 나는 매번 지나버린 소망들을 움켜쥐고 살아간다.
다음에 기회가 오면 이룰 거라는 소망들을 또 맞이할 그때를 위해서 그렇게 오늘도 이루지 못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요즘은 달력을 보지 않고는
내 시간이 어디쯤 흘러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새삼스레 놀란다.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으려 애썼던 시간들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흐르기만을 바라는 지금의 내 모습이 그 빈자리가 놀랍도록 단 한 칸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다.
누구를 만나도 반쪽짜리 기쁨, 누군가와 대화해도 반쪽짜리 대화, 혼자 있는 시간조차도
온전치 못한 반쪽자리 시간이다.
왜 그런가 되짚어 보면 현재 내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럭저럭 살아가는 삶 내일이 기대되지 않고 걱정되는 삶.
요즘은 스스로 되네이는 그 시간들이 아무런 일이 없는
내가 오히려 무너질까 두렵고 발버둥을 칠 힘조차 없어
나는 오늘을 받아들이고 내일을 받아들이고 그냥 기다리는 것이 나의 일이 되었다.
괜찮은 척 쿨한 척 좋은 척 온갖 적들은 다 가져다 붙이고
곪아 닳아져 버린 마음을 너무 뒤늦게 발견해 지금은 손쓸 수 없는걸까
매 순간 최선이라고 느꼈는데 그게 아니라 매 순간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내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살아갔을까
마주했던 마주해야 했던 그 순간들 속에 나의 모습은 비겁하기 짝이 없고
가리고 숨기고 싶은 과거이자 과오였다.
시간 지나 괜찮아지려니 했으나 시간 지나 짙어지는 두려움과 미안함
그리고 솔직하지 못했던 나에게 연민을 느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럼에도 발버둥 치고 또 나답게 살아가야 하니
아쉬운 시간들 속에 너를 그리고 나를 두고 그렇게 눈에 밟혀 어느 곳도 나아가지 못한다.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 돌아가야할까.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앞을 보고 나아갈 자신이 없다.
나는 오늘도 내가 낯설다. 낯선 세상 낯선 나 홀로 남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