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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태공 Sep 14. 2023

(다시) 매일 글쓰기_1일 차_우선순위

또... 미친 짓을 하고야 말았다. 

1기 때 그렇게 고생했으면서, 제주도의 풍광을 보며 힐링하고 와서였는지, 

일하면서 강의하느라 정신없이 살다 보니 그때의 고생을 까맣게 잊었던 건지, 

2기 모집 글에 어느새 신청을 하고, 신청 완료를 톡방에 올리고, 사전 줌미팅을 하고. 

1등으로 회비를 입금하고 카페를 들락거리고 있는 나 자신.

 

첫째 육아의 고통을 잊을 때쯤 둘째가 생긴다고 하는 육아 명언은 여기서도 통하는구나. 

그래. 1기가 끝난 후 몇 주 살만했나 보다. 

지난 토요일, 아파트에서 친한 동생들과 술 한잔... 은 아니고 좀 마셨다.

내 글을 아주 재미나게 읽고 있는 동생이 묻는다. 

"언니, 도대체 글 언제까지 쉴 거예요. 제주도 갔다 왔으면 다시 써야지~~ 다음 편 빨리 내놔요"

"ㅋㅋㅋ 기다렸구나? 작가도 적당히 쉬어야 더 좋은 글을 쓰는 거야"

우스갯소리로 답했지만, 사실 그동안의 휴재는 내가 쉬고 싶어서도 아니고, 글감을 모으기 위해 휴재를 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강성단 1기가 끝남과 동시에 강제적인 글쓰기에서 해방되었다는 감정, 우연히 겹쳐버린 여름휴가, 

개학, 출강 요청, 아이 전학과 학원 스케줄 조정 등등  

자연스레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우선순위가 밀려 버린 거다. 

게다가, 나의 게으름도 크~게 한몫했다. 

다시 시간관리 어플에 매일 한 시간, 글쓰기 스케줄을 고정하고, 알람을 설정하고, 

긴급하고 중요한 일에 넣어본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4시쯤 돼서 아이가 전화를 했다. 

내용인즉슨,   

     친구들과 다 같이 숙제를 하고 있다.    


     숙제가 끝나면 유튜브도 보고, 로블록스도 할 거다.    


     한 친구가 태블릿을 가져왔는데 와이파이 비번을 모르겠다 알려달라.    


     휴대폰 시간 좀 풀어 달라.    

늘 우리 집에 모여서 숙제를 하고 노는 아이들인데, 오늘따라 그 모임이 달갑지가 않다. 

퇴근 시간이 되고, "나 오늘은 집에 가기 싫다" 직원들에게 토로도 해보았지만, 어쩌겠나. 

시간 되면 집에 가야지. 

집에 왔더니 역시나, 아이들이 떠들썩하다. 

와이파이 비번을 알려주고, 사용 시간을 늘려주고는 서재에 들어왔다. 

서재 방문 너머로 아이들 신난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못 들은 척, 음악을 틀고, 글쓰기를 클릭. 

그래, 다시 시작하는 건데 첫날부터 질 순 없지. 

긴급하고 중요한 일부터 먼저 끝내고, 다음 일은 그 후에 고민하자. 


그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두 번째 이유는 바로 "글감" 때문이다. 

1기의 목표는 매일 글 쓰는 습관을 잡고, 이왕 하는 거 브런치 스토리 작가까지 되면 참 좋겠다 했었는데 마침 두 가지를 다 이뤘고. 

1기가 끝나고 나니 2기도 분명 조만간 시작될 텐데, 2기의 목표는 전자책 출간으로 잡을까, 브런치 스토리에서 브런치북을 출간하는 것으로 잡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글 쓰는 행위 하나만 같을 뿐, 전자책과 브런치북은 엄연히 성격이 다르다. 

내가 잘하는 글쓰기는 에세이류니까 브런치북이 맞지만, 이건 사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정말 정말 글을 잘 써야 출판사의 눈에 띄고, 운이 좋아 픽당한다 해도, 아직 내 글빨이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함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쉽게 읽히는 글일수록 어렵게 쓰임을 알기에, 도통 다음 발을 내딛질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책은? 

한글 매뉴얼, 파워포인트 매뉴얼, 미리캔버스와 망고보드 매뉴얼. 공문서 작성법. 

대략 이 정도가 되려나. 

타깃과 제목을 한 번 정해보았다. 

-가장 많이 틀리는 공문서 작성 원칙 Top 10 혹은 이제 막 발령받은 신규를 위한 공문서 작성 기초

-한글 2018, 두 손으로 끝내 보고서

-강사, 일단 해 봅시다(파워포인트 편)

-강사, 일단 해 봅시다(미리캔버스 편) 

-강사, 일단 해 봅시다(망고보드 편)

와... 이렇게 하면 강사 시리즈로 전자책 몇 권 내겠는데? 


갑자기 기분이 좋다. 통장에 돈이 팍팍 꽂히는 상상을 해 본다. 

현실은 그렇지 않겠지만, 꿈꾸는 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고구마 줄기에 주렁주렁 달린 고구마를 수확하듯, 나의 글감을 하나의 줄기로 잘 엮어 보자. 

꿈태공아, 글 쓰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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