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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태공 Sep 14. 2023

(다시) 매일 글쓰기_2일 차_사람 살리고 오겠습니다.

심폐소생술 교육은 매년 해도 어려워

지난봄으로 기억한다.

전교직원 심폐소생술 교육이 있던 날, 하필 몸이 너무 아파 병가를 냈다.

개인적으로 이수를 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서부교육청에서 미이수 교직원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한다는 공문이 왔다.

총 3일의 날짜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강의 일정과 맞물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날짜는 9월 11일과 12일.

가급적이면 하루 텀을 두고 출장을 가면 좋겠다 싶어 11일에 1 지망, 12일에 2 지망을 냈지만

1 지망은 지원자가 많은 관계로 탈락~~~ 12일 오후로 결정되었다.

주간 복무 계획을 직원들과 공유하며

"저는 화요일 오후에는 사람 살리고 오고, 수요일 오전에는 유치원 신규 관리자들 살리고 오고,

목요일 오후에는 신규 공무원들 살리고 오겠습니다."

얘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직원들에게 자세한 일정을 설명했더니 그제야 웃음이 터졌다.

조금 일찍 출근을 해서 일을 처리하고, 점심을 먹고 출장 준비를 했다.

마침, xx유치원에 신규 멘토링 출장이 있으신 시설 주무관님께서 서부교육청까지 태워주신단다.

시설 주무관님께는 감사 인사를, 자주 자리를 비우는 나의 업무를 하게 되실 직원분들께

"자리 자주 비워서 죄송해요~" 인사를 남기고 출발했다.

강의 얘기, 걷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교육청 도착.

주무관님 덕분에 버스 한 번 환승해야 되는 먼 길을 15분 만에 도착했다.

4층 대강당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앞자리에 앉아 사람들이 올 때까지 눈을 감고 내일 강의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시간이 되고, PPT로 간단한 이론 강의가 시작됐다.

커피를 못 마시고 나온 탓일까, 연이은 스케줄로 피곤한 탓일까, 졸음이 쏟아진다.

응급구조사 선생님이 목소리가 어찌나 좋으신지. 이것은 자장가인가, 강의인가.

안돼, 정신 바짝 차려. 실전이라고 실전!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2인 1조로 실습을 했다.

구조 인형을 놓고 매년 하던 대로, 어깨 두드려 깨우고, 구조 요청하고, 압박하고, 제세동하고.

지금이야 순서와 멘트가 입에 익고 나름의 요령도 생겼지만

심폐소생술 교육이 의무교육으로 지정되고 시행되던 첫 해,

나는 손등과 무릎에는 멍이 들고, 팔에는 알이 배겨 며칠을 고생했다.


그 당시에는 교육을 하러 나온 분들도 융통성이 없다 보니, 정말 정석대로 몇 번을 반복해서 시켰었다.

허리를 세우고 무릎을 살짝 기울이고 팔은 직선으로 쭉 뻗고, 손바닥으로 슉슉.

5cm 깊이로 압박이 가해져야 되는데 우람해 보이는 상체에 비해 그렇지 못한 나의 손목.

힘이 안 들어가다 보니 선생님은 옆에서 "더 힘!! 힘!! 힘주세요!!"

"와... 저기요 선생님. 이러다 제가 먼저 죽겠는데요"

나의 진심이 툭. 헉헉대는 숨소리와 함께 나도 모르게 내뱉어졌다.

옆 조에서는 연세 지긋하신 남자 선생님이 구조 인형 어깨를 툭툭 쳐서 깨우고는

"그... 그 뭐더라. 아!!! 전기충격기 좀 갖다 주세요!!!!!"

그 얘기를 듣고 웃을 정신도 없었다.

"살려야 한다!!!"

모두 구슬땀을 흘려가며 압박을 하고, 손등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다음날, 손등에 멍이 든 직원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와~~ 난 실전이라면 못할 거 같아. 119 신고도 겨우 할 것 같은데."

"난 힘이 너무 달려서 압박이 전혀 안될 것 같더라고요."

"실제로 이런 일을 겪으면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것도 못할 거 같아요"

아무리 교육을 받아도 이런 일을 실제로 겪는다고 상상하면, 그저 아찔하다.

행인을 구조하는 여고생들 이야기나, 군인 이야기 등은 나와는 거리가 먼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매년의 교육이 쌓여서 혹시라도 나의 가족이, 누군가의 가족이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되었을 때,

주저 없이 배운 대로 잘 실행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더불어 쌓이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하나 더 바라는 것은, 모두가 그저 무탈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당신이 아픈 순간에 의료진이 가까운 곳에 있기를,

신이 함께 해서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오기를. 기도해 본다.

교육이 끝나고 부랴부랴 집에 왔더니 글 쓰는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

오자마자 글 쓰고, 가족들 저녁 차려주고, 아이 공부도 시키고, 책도 보고, 내일 강의 준비도 해야 하는데.

이런 나는 누가 구조해 주나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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