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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류 Feb 08. 2022

영화<더 킹> 과장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1부


영화 <더 킹>은 재미있고, 별로인 영화였다. 이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하려다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쳐버렸다. 오늘은 영화를 감상하기 이전에 우리가 영화를 볼 때 보통 나누곤 하는 담론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보고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예술의 과장은 필수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예술은 과장이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 다큐멘터리조차도 과장이 들어가 있다. 물속에서 자라나는 꽃이 주변의 꽃을 잡아먹고 거대해지는 일련의 과정을 우리는 초속으로 보게 된다. 이걸 리얼타임으로 본다고 생각하자,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빠르게 벌어지고 주변의 꽃이 죽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의 위대함과 위압감을 동시에 느낀다. 


과장이 생기는 이유는 시간의 압축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정된 시간과 지면 속에서 한정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이 가지는 모든 감정들을 모든 시간에 맞춰서 들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 모든 감상자는 자신의 삶조차도 전부 다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정적인 사건들, 순간들, 그리고 그 순간을 이야기 할 대사들을 모아서 필요한 전사를 구사한다. 이런 전사를 가진 등장인물들을 모아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기승전결의 시나리오를 짜고 그 안에서 기승전결의 이야기가 더욱 잘 들어날 수 있게끔 등장인물들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독자와 분리되어 있는 문학 속 세계를 무대라고 하고, 시나리오와 등장인물이 나올 때 우리는 이것을 극(劇)이라고 한다. 어째서 극은 심할 극(劇)자를 사용할까. 이들은 늘 한계에 몰리고 그 한계 속에서 극단적인 상황에 휘말리며, 그들 스스로도 너무 심하게 살아가는 존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극단적인 인물들의 극단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효율적으로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한다. 


예술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고증이라는 개념으로 예술을 비판하지만, 여기서 비판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섬세하게 나눠진다. 시대를 걸쳐서 내려오는 세계적인 문학들 예를 들어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고증이 철저하게 맞춰져 있는가. 인간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필요한 것은 철저한 고증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가 흘러가는 동안 빈틈이 생겨서는 안 된다 철칙이다. 물론 대하사극과 같이 역사 기반의 철저한 고증을 필요로 하는 작품군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철저한 고증에만 그친다면 그것은 작품이 아니라 박물관 전시가 될 것이다. 모든 문학 작품에는 소위 말하는 구라가 들어간다. 그 구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치는지가 잘 만든 작품의 핵심 스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왜 이렇게 고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나, 만화적인가라는 말은 애초부터 예술에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주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기 위해서 소설과 연극,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극작에서 현실성은 어디까지 필요한가?   


  

이렇게 과장에 대해서 늘어놨다면 현실성이라는 것이 무의미한 것인가에 대한 비판이 반드시 몰아닥치게 되어있다. 왜냐면 결국 좋은 작품은 현실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말하는 현실성에 대해서 조금 다른 견해를 주고 싶다. 현실이라는 개념과 시나리오의 현실의 개념을 동등한 상위에 놓아서는 안 된다. 


작가가 따져야하는 현실성은 세계관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있는 즉 논리적인 상황을 제공하는 것을 이야기 한다. 현대극에서 우리가 쉽게 몰입하고 혹은 쉽게 몰입이 깨지는 이유는 우리에게 익숙한 삶에 잘 녹아들거나 그렇지 않거나 하는 상황이 더 쉽게 벌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존재들에 대해서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다. 


극작에서 이야기하는 현실성이란, 과학적이든 아니면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모든 감각범위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치밀한 공간 즉 세계관 구성을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201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한 검사 이야기를 한다면, 적어도 2010년대에 사용되었던 물건과 법규, 생활 습관, 패션, 밈등을 정확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 당시 검사들이 진행한 사건들이 제 순서에 맞게 등장해야한다. 검사들의 삶의 아웃라인 가령 직급, 직급간의 위계질서, 기본적인 행동 양상 등은 정확하게 나타나야한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극단이라는 변주가 시작될 때 우리는 현실성 속에서 나타나는 극단적 상황에 몰입하게 되고 이어 작가가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2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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