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성장이란
스스로가 스스로를 키워내는 과정이다.
도움을 받는 건 결국 한계가 있다.
죽기야 하겠나...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된다. "
외롭고 고독한 일이 참 많다.
모든 일을 혼자서 한다.
그런데 마음속은 시끄럽다.
밤새는 게 나쁘다는 걸 알지만, 오늘도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을 뒤적인다.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인생, 중증 막막함이다.
......
휴대폰을 손에 들었는데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 모르는 것, 그보다 더 쓸쓸한 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긴 걸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를 때다.
뷔페에 혼자 앉아 있는 것보다 더 쓸쓸한 건 집에 틀어박혀서는 혼자 뭘 먹어야 할지 모를 때다.
내가 올린 글에 아무도 ‘좋아요’를 눌러주지 않는 것보다 더 외로운 건 친구 글에 달린 댓글 퍼레이드에 동참할 수 없을 때다.
연애할 마음이 없는 사람보다 연애를 하고 싶어도 누구를 사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더 외로운 법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 쓸쓸하게 만든다.
얼마 전 발표한 신작에 ‘긍정씨’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친구가 있다. 한동안 그는 매일 아침마다 친구들끼리 공유하는 SNS에 팝송을 한 곡씩 올렸다. 대부분이 빠르고 신나는 곡이었다. 그러나 ‘좋아요’를 누르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즐거운 아침을 전파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스스로 고독한 영웅을 자처한 듯 했다. 하지만 난 비몽사몽 간에 일어나 그가 올린 곡을 플레이해놓고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는 그 기분이 나름 괜찮았다. 그래서 그가 며칠간 음악을 공유하지 않았을 때는 왠지 허전하기까지 했다. 요즘은 왜 안 올리냐고 물어보니 그는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오랜 친구 한 명이 뒤에서 그를 욕하고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몇 친구를 거쳐 그녀가 한 말을 듣게 된 것이다.
“모두가 자기처럼 맨날 즐거운 줄 아나 봐?”
듣고 보니 화가 났다. 아니, 즐겁게 사는 것도 죄가 되나? 욕을 하려면 ‘좋아요’라도 한번 눌러주고 욕을 하던지!
하긴, 원래 다 그렇긴 하다. 우리는 모두 각자 자기 세상 속에서 가장 잘난 사람이 아니던가. 서로 간의 관계는 매우 실용적이며 쉽게 흔들린다. 술자리 몇 번에 ‘영원한 친구’가 되지만, 사소한 일에 쉽게 등을 돌리기도 한다. 잘 나갈 때는 주변에 친구가 많지만, 힘들어서 도움이 필요할 때 진심으로 관심 가져 주는 친구는 몇 명 없다.
‘긍정씨’를 욕하고 다닌 그 친구도 어쩌면 자신의 무능력함에 대한 분노를 그런 식으로 표출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자기보다 잘나가는 친구가 매일 그렇게 즐거워 보이니 마음이 꽤 불편했나 보다. 하지만 매일 추천곡을 선정하고 올리는 그 정성을 그녀는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 할 거다. 바쁜 와중에 굳이 꼭 안 해도 될 일이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운 작업이 아니던가. 모든 일을 일일이 설명해주며 살 수는 없다. 앞으로 살아갈 날도 긴데, 그런 친구라면 일찍 헤어져도 괜찮다.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라서야 곁에 있는 친구들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그건 좀 마음이 많이 힘들 것 같다.
또 다른 친구 중 몇 년간 함께 일해 온 여자 후배가 있다. 성격이 얼마나 대찬지 시험 시간에 커닝을 했다고 누명을 쓰면 나머지 시험지와 필통까지 창밖으로 던져 버리고는 이렇게 외칠 아이다.
“그냥 시험 안 보고 말죠, 뭐.”
패기의 아이콘이랄까.
그 후배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몇 개나 시작했다. 또래 친구들이 기숙사 방에서 늦잠을 자고 화장을 하고 남자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그녀는 DSLR로 찍은 작품을 들고 혼자서 클라이언트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아이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배짱 하나로 돈을 벌기 시작한 것이다. 항상 외부에서 일을 보다 보니 친구도 없고 수업은 자주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남다른 재능이 있어서 일찍부터 밥벌이를 시작했다는데, 교수님들도 뭐라고 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얼마 전에는 교수님이 기말고사로 리포트를 내주셨는데, 후배는 요즘 학교에 잘 가질 않아서 그렇다며 리포트를 카메라로 찍어서 교수님께 전송했다. 곧 교수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왠지 힘이 쭉 빠진듯한 한 마디였다. “잘 쓰긴 정말 잘 썼네…”
물론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특출한 재능 없이 저런 비뚤어진 인생을 살아선 안 될 일이지만 말이다.
후배는 내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지금까지 살며 외롭지 않다고 느낀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어요. 혼자 있을 때는 훨씬 더 외롭죠. 하지만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더라고요. 친구들과 몰려다니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인생은 어쨌든 홀로 개척해 나가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니까… 도움을 받는 건 결국 한계가 있어요. 어쨌든 죽기야 하겠어요?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되죠, 뭐."
나 자신을 완성해 가는 길에는, 남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 혼자서 외롭게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 고립된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진흙탕에서 구르거나 길을 잃어서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 시간들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알찬 시간이다. 그 시간을 거치며 느껴온 모든 감정들을 결국 마지막엔 소화시키게 마련이니까. 좋고 나쁨은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너무 얕보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우린 생각만큼 그렇게 약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라면 어찌 되든 다 괜찮다.
혼자임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기를…
우린 모두 각자가 스스로를 위하여 열심히 달리는 중이니까!
가장 아름다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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