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하룻밤 사이에 여름에 부쩍 다가섰다. 이러다가 올해의 남은 절반도 금세 지나가버릴 것만 같다. 나는 스스로를 타이트하게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약간의 방임도 있고 일과 휴식이 들쑥날쑥한 편이며 종일 멍 때리고 있는 날도 있다.
늦봄과 초여름을 지나는 지금 몇 달을 원만히 보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계절에 어울리는 상념과 하루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지켰으면 하는 다섯 가지를 정리해 봤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아끼는 것인지 내내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여러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바로 차선의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베스트를 선택한다. 베스트 선택지가 우리를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궁핍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적당히 아무나 사귀지 않는다. 가방이나 신발처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물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나는 평상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외부 일정이 있거나 여행을 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그러다 보니 배달앱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 한 번은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왜 음식을 주문해서 먹지 않는지 물었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밥을 먹는 게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것만은 아니잖아. 식사도 하나의 의식이야.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는 건 음식을 만든 사람에 대한 존중이자 먹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지.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소파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 걸을 명분을 만들어준다는 거야!"
요즘은 뭐든지 쉽고 편리하다. 하지만 그 편리함이 반드시 최선의 선택이라는 뜻은 아니다. 식당은 손님을 기다리고 만나고 자리로 안내하면서 그 가치를 지닌다. 종이책도 마찬가지다. 지나가는 독자들이 아무리 온몸에 전자 제품을 휘감고 있다 하더라도, 종이책은 여전히 스스로 반짝이며 누군가가 집어 들어주기를 기다린다.
나는 양자리의 ‘금사빠’ 기질에 감사한다. 일단 현재 우리 집에는 레고 세 박스가 쌓여 있다. 셋 다 조립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인형 뽑기 기계에서 뽑아온 인형도 옷장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기회를 봐서 선물로 보낼 생각이다. 앞으로 내가 또 어떤 취미에 빠질지 스스로도 기대된다. 물론 새로운 것만 좇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름의 반성이랄까.
일본의 장인 정신은 누구나 배워서 습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평범한 우리들은 번잡한 인간 세상에 살면서 평생 단 한 사람만 사랑하거나 단 한 가지 일만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사람 또는 그런 일을 만났다면 정말 큰 복이다. 우주에서 가장 멀리 있는 별을 만난 것이기 때문이다. 못 만났다면 계속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찾아가면 된다. 찾고 찾으며 우리 인생의 막바지를 향해 간다. 하지만 마지막에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본 적 없는, 별로 가득한 광활한 우주를 경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우링허우(90년대생)들이 건강을 챙기기 시작한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링링허우(00년대생)마저 직접 만든 대추 구기차를 나눠 마시는 것을 보고 있자면 내가 너무 건강에 무심한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매일 아침 잊지 않고 레몬차를 마시고, 효능이 있는 건지 모르는 비타민들을 시간 맞춰 먹긴 한다. 자외선 차단제도 열심히 바르고 따뜻한 물도 자주 마신다. 옆집 친구는 벌써 제비집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땀 흘리며 운동한 뒤의 상쾌함을 이길 수는 없다. 매번 운동을 마치고 나면 머릿속에 가득했던 번뇌들이 말끔히 사라진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눈물을 만들어낸다면, 열심히 움직인 몸은 땀의 근원이 된다.
두 가지 운동을 추천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스피닝이다. 요즘 피트니스 센터의 스피닝 자전거는 아주 전문적이어서 트레이너 역할도 하고 DJ 역할도 한다. 비트 있는 음악과 함께 하다 보면 45분은 금방 지나간다. 두 번째 추천 운동은 ‘저스트 댄스(Just Dance)’라는 게임이다. 나는 플레이스테이션 4를 통해 게임을 하는데, 화면 속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DDR보다 훨씬 재밌다고 생각한다. 팝핀, 락킹, 브레이킹, 라틴, 차차, 룸바 등 종류도 다양하다. 몇 십분 동안 열심히 게임을 하고 나면 땀을 흘리는 것은 물론이고 저장된 나의 동영상을 보며 한참을 웃을 수도 있다.
사람들과 교류할 때, 매번 감정을 담지 않아도 된다. 일로 만난 관계는 더욱 그렇다. 일에서는 대체로 결과를 중시하다 보니 진행 과정에서 굉장히 친해진 것 같은 관계도 실은 분위기가 만든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그 모든 것을 진정한 관계로 여길 것 없다. 모바일 메신저에서 친구로 등록했다고 해서 속마음을 모두 꺼내 이야기할 의무는 없다. 메시지를 받자마자 즉시 회신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끊임없이 말을 걸 때는 조금 귀찮아할 수도 있는 거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다. 매일 자신을 위해 바쁘게 살아가면서 진정한 친구를 위해 잠깐의 시간을 쪼갠다. 세상 전체에 좋은 인상을 남기고 모든 사람과 감정을 쌓아가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을 우선으로 하고 사람과의 관계는 우호적인 거리를 적당히 유지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만 시간을 낭비하자.
우리가 가장 잘 하는 것이 ‘침묵’이라는 사실을 영원히 잊어선 안 된다. 어렸을 때 담임 선생님이 임원이 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을 때, 우리는 침묵했다. 수학 선생님이 칠판에 나가 답을 적을 사람을 찾을 때도 우리는 침묵했다. 회사 송년회에서 공연을 할 팀을 꾸릴 때도 우리는 침묵한다. 겨우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는데도, 우리는 침묵한다. 이렇게 침묵을 잘하는 우리가 왜 가까운 사람에게는 그리도 쉽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일까.
부모님은 변하지 않는다. 변한 건 우리다. 컸다는 이유로 그분들의 잔소리와 반복되는 질문을 못 견뎌한다. 부모님 눈에는 자식밖에 없는데 자식들의 시선은 저쪽 다른 세상에 머문다. 부모님과 얼굴 붉히며 언쟁을 하다가 급기야 이런 말까지 내뱉고야 만다.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사람들 같아! 도무지 말이 안 통하잖아!"
연인 사이도 그렇다. 사소한 일로 상처를 주고 서로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과거 일을 들먹인다. 네가 변했다, 이런 식으로 연애를 하느냐, 서로를 탓하기 바쁘다.
말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것, 그것이 어른으로서 삶을 존중하는 시작점이다. 우리는 내뱉은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한 말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에게 한 말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계절,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고 싶다. 봄아, 천천히 지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