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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S May 29. 2022

현대판 마녀사냥에서 발견한 인간의 가능성

현재진행형인 마녀사냥

어떤 동네의 한 무리가 7살 짜리 여자 아이를 5일 동안 가두고 고문을 했다. 아이의 손목과 발목을 묶고, 불로 달군 칼로 아이의 가죽을 벗겼다. 운좋게도 아이는 한 시민사회 단체에 의해 구조되었고, 단체 대표가 법적 보호자가 되어 그녀를 돌보고 있다. 지금도 이 아이는 생명을 보호받기 위해 '저스티스'라는 가명을 쓰고 있다. 동네 사람들이 저스티스를 고문한 것은 그녀가 '마녀'라는 이유였다 (Campbell, 2019).

놀랍게도 저스티스의 어머니 역시 잔혹한 폭력의 피해자였다. 저스티스가 갓난아기였을 때, 그녀의 어머니도 동네 사람들에게 벌거벗겨지고 칼로 공격을 당하고, 결국은 타이어 더미 위에서 산 채로 불에 타 죽었다. 그 곳에 살고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건 후 저스티스는 160km 떨어진 곳에서 살던 삼촌의 보살핌을 받았지만 그 동네에서도 저스티스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그리고 사촌 낸시가 병에 걸리자, 낸시의 형제들이 바로 저스티스를 데리고 나갔다. 그들은 저스티스가 낸시의 심장을 꺼내서 훔쳐 먹었다며 저스티스에게 고문을 가했다.

저스티스(가명) 사진: Huinea Tribal Foundation

엔젤의 이야기는 이런 마녀사냥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사례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공동체는 항상 부족 싸움이 일어난다. 그리고 누군가가 죽으면 남자는 여자를 구타한다. 엔젤의 남편의 형제 한 명이 죽자, 엔젤은 심하게 구타를 당했다. 적대부족이 아니라 남편의 부족에게서 구타를 당했다. 가해자들은 엔젤이 주술로 그 형제를 죽인 것이라 했다. 두 아들에 의해 구조된 엔젤은 자신의 부족으로 돌아갔다. 엔젤은 자신이 학교의 교사로 일했으며, 자신이 번 수입을 시댁 식구들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을 욕심 많은 여자라고 종종 비난 받았다고 말했다.


마녀사냥이 일어나는 이유

현대판 마녀사냥이 발생하는 곳은 남태평양에 있는 파푸아뉴기니이다. 공식적으로 이것을 '주술 무고(誣告) 관련 폭력(SARV, Sorcery Accusation–Related Violence)'이라 부른다. 아름다운 자연과 달리 이 나라에서는 매년 200명의 '마녀'가 살해되며, 지금까지 주술 혐의로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만 50,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기조차 보급되지 않은 산간 오지에서 발생하는 이 비밀스러운 관행은 국가나 사회의 손길과 관심에서 가려져 있었다.

가해자를 신고하거나 피해자를 옹호하는 것은 보복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척까지도 나서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비협조 상황에 인력, 봉급, 차량 등 모든 것이 부족한 경찰의 행정력은 불행을 더욱 가중시킨다. 소셜 미디어는 이런 마녀에 대한 비난과 혐오를 키우고 놀라운 속도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여 피해자에게 또 다른 폭력에 노출된다.

이런 마녀사냥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제시되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그 원인은 명확해졌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코로나19가 이 나라에 들이닥쳤을 때, 곧 마녀사냥의 재앙이 다시 활개를 쳤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질병에 의한 재앙보다는 당장에 고칠 수 없는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또 다시 마녀를 찾아 공포와 분노와 공황을 잠재울 희생양을 찾아야 했다. 물론 팬데믹 전에도 마녀사냥은 오랫동안 존재했다. 핵심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 속에서 '미지에 대한 공포'가 나타나면, 혼란과 분노로 표출되는 그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원인으로 지목된 대상을 비난하고 희생시킨다는 것이다.

국내외 언론보도에 의하면 선교사들 및 연구자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이 발생했을 경우 그 탓을 마녀에게로 돌린다고 말한다. 심장마비, 당뇨병, 에이즈 등 이들 공동체에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자, 주민들은 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죽는 것은 주술때문이라고 몰아간다는 것이다. 마녀사냥의 희생자는 더 이상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마녀사냥의 본질이 급격한 사회적 변동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인한 인간의 심리와 행동의 반응이라면, 이것은 결코 파푸아뉴기니의 특수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맥락과 상황을 달리할 뿐, 이미 우리는 팬데믹으로 지난 몇 년 간 급격한 '비정상적' 상황을 맞이하며 누군가를 겨냥하여 분노를 표출하는 것으로 공포를 잠재우려 하지는 않았을까? 인간의 본성은 이렇게 나약하고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만 가득한 것일까?

화해와 조화의 가능성을 가진 인간

마녀사냥을 당한 이후 엔젤은 처절한 복수를 꿈꾸지 않았다. 그녀가 한 일은 자신과 같이 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모아 단체를 설립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나가는 활동들을 시작했다. 그들은 지역 사람들을 모으고 이렇게 말했다. "9개월 동안 우리는 당신들을 뱃속에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어른이 되어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합니다. 그 누군가와 싸움에 들어가면 둘 다 죽거나 적어도 둘 중 하나가 죽게 됩니다. 그런 다음 당신들은 어머니인 우리에게 돌아와 우리를 마녀(주술사)라고 비난합니다. 우리가 당신들을 낳았을 때, 우리가 마녀였습니까?"

"우리는 마녀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신들을 이 세상에 데려왔습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은 고통을 주었는데, 당신들의 어머니에게 이런 짓을 그만 둘 수 있겠습니까?" 이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울기 시작했다. 부족의 전사들이며 무고한 여성들을 마녀라 비난하고 고문하고 공포에 떨게 했던 남성들도 물론 포함이다. 그들은 마음 속에서 판결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해달라고 그들에게 간청했다. ... 이후 대규모 화해 의식을 열었다. 서로 적대적인 부족들은 처음으로 보상과 선의의 수단으로 돼지를 가지고 왔다. 그들은 서로를 껴안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서 울었다.

갈등 가득한 우리 사회는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이다.
(이 글은 파푸아뉴기니의 한 언론인 기고문에 영감을 얻어 쓴 글이다.)

가정 폭력 금지 캠페인에 나서는 시민들 - 사진: Pacific Women Shaping Pacific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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