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코앞에 두고 달력을 보다 보니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이틀을 빼곡히 쉴 수 있는... 그냥 두기엔 너무나 아쉬운 휴일이다. 곰곰이 둘러보니 신용카드의 동반자 항공권도 남았고 글로벌 체인 호텔에 포인트도 넉넉해 보인다. 그냥 넘기려는 약한 심지에 바짓가랑이 잡히듯 그렇게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했고 취소 불가 시점 직전! 등 떠밀리듯 결제를 해버렸다(아직 8월의 샌프란시스코, 9월의 오스트리아 글들도 서랍장에서 못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 많이 참았는데... 큰 딸이 항공권 소인 요금 졸업을 앞둔 계절이라 왠지 짠한 마음에 필연적 이유들이 더해졌다.
이제 가봐야 되지 않겠어?
동남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 방콕은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차선책이었다. 아이들과 내겐 2018년 호주 한 달 살기를 시작할 때 잠깐 들른 경유지의 기억이 전부였다. 그래도 새벽 1시부터 6시까지 머물렀던 공항에서의 소소한 추억들이 아이들에겐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었나보다. 내겐 호주 비자 이메일을 대기하던 피 마르는 시간이자 다음 티켓이 없어 짐 다 찾고 밖에서 티켓 데스크 오픈까지 대기해야만 했던 노숙의 시간이었는데... 아이들은 생애 첫 스타벅스 1인 1잔의 기회에 태국 쌀국수도 맛보고 태국 기념품 사야 하는데 바트 환전을 못했다며 아쉬워하던... 나름 재밌고 아쉬웠던 시간이었나 보다. 좋은 기억은 그렇게 다시 인연이 되어 만 2년 후 다시 가야하는 이유가 되었다.
데려가는 여행이 아닌 같이 가는 여행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시기가 있었다. 어디로 가는지, 뭘 할 건지 이런 건 몰라도 됐다. 어쩜 관심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비행기 타는 게 좋고 해외로 여행을 가는 게 좋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아이들이 금세 커버렸다. 여행지를 고를 때 의견을 보태고 여행지가 결정되면 정보를 찾기 시작한다. 여행 앱에 가족 모두가 들어오고 아이들이 일정을 짜넣었다. 멘트 달기를 통해 남겨놓은 의견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난다. 첫날 마지막 일정은 맥주집! 맥주 한잔 하고 자라는 대인배적 배려가 느껴졌다. 둘째 날 오전은 방콕 키자니아. 언어가 영어라 괜찮단다. 게다가 안에 맥도널드와 초밥집이 있어 우린 점심을 알아서 해결할 테니 엄마 아빠는 밖에서 먹고 쇼핑하라며 자유시간도 허락받았다. 다음날은 실내 서핑 보드장인 플로팅 하우스란다. 중간에 들어가 있는 음식점들은 인스타 감성 넘치는 브런치 집도 있고 양식 집도 있어 손봐야 할 곳은 많지만 무난히 출발한 바통을 넘겨받은 느낌으로 크게 티 안 나게 정리를 하는 걸로~
둘째는 자신이 필요한 말을 파파고에서 태국어로 번역해서 핸드폰 메모장 한 바닥 가득 적어놓고 연습했다. (열심히 연습했으면서도 정작 말해야 하는 순간엔 영어로 얘기하는 건 뭔지...ㅡ.ㅡ)
하늘에서의 카운트다운은 어떨까?
우리 가족이 제일 궁금하고 설레하던 질문이었다. 기내에서 안내방송이 나오겠지? 기장님이? 스튜어디스 사무장님이? 방콕 공항에 새해 처음으로 도착한 비행기에는 뭔가 이벤트가 있지 않을까? 등...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의 상상과 기대는 늘 현실과의 차이가 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