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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사김 Jan 31. 2023

제품 디자인 차별화를 위한 Tip

CMFS를 통해 제품에 담아야 할 것은?

“와인따개가 몇 만 원이나 하다니?!”

[알레산드로 멘디니(Alessandro Mendini)가 디자인한 와인 오프너 안나G(Anna G)]


와인따개는 와인을 사면 공짜로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랬던 제가 신입 MD때 주방소품류를 맡게 되었습니다.

선임께서는 카테고리 매출을 어떻게 매출을 올릴 것인지 대책을 세워보라고 하였습니다.

“사람 얼굴 모양으로 디자인을 바꾸고 몇 만 원씩 받을 수 있다면, 모든 제품에 얼굴을 넣어볼까?

뒤집개, 김솔, 오일브러쉬, 칼, 도마 손잡이, 믹싱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분은 저를 보면 김솔이 생각난다고 합니다 ㅠ]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나만의 아이디어가 있어서”

“시중의 제품보다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 자신이 있어서”  

위와 같은 이유가 있는 분들이라면 우직하게 출시를 위해 달려갈 수 있겠으나 직업적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소싱하고 기획해야 했던 저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신제품은 매 시즌 출시되어야 했고, 고객입장에서는 기존제품보다 무언가 개선포인트가 있어야 했습니다.

품질이 개선되던지, 기능이 추가되던지, 구성이 좋아지던지, 진열이라도 달라져야 했습니다.

특히 품질과 기능이 어느 정도 충족된 일상소비재, 소모품류에서는 차별화 요소를 찾기란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이때 활용가능한 방법은 “디자인 차별화”입니다. 같은 기능의 제품이라도 디자인에 따라 가치는 천차만별 차이가 납니다. 손쉽게 디자인을 차별화하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1. 컬러(Color)

가장 쉬운 방법은 색을 변경하는 방법입니다. 상품을 인지함에 있어 색을 통해 시각적인 차이를 즉각적으로 보여줍니다. 플라스틱 사출류라면 마스터 배치(Master batch)만 바꾸면 쉽게 적용가능하고, 페인팅, 컬러도금 등을 통해 기존제품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Tools: RGB/CMYK, 솔리드/멀티, 그래픽패턴(도트,스트라이프,체크,마블,기하..), 믹스&매치, 캐릭터, 그라데이션, 레터링 등


2. 소재(Material)

만지지 않더라도 따뜻함, 차가움 등 촉각을 자극하며, 같은 제품이라도 소재에 따라 전혀 다른 상품으로 여겨집니다. 고급스러워 보일 수도, 실용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Tools: 가죽, 플라스틱, 우드, 스톤, 유리, 메탈(철, 알루미늄, 구리..), 합금(스테인리스, 티타늄..), 세라믹, 종이, 패브릭, 고무, 실리콘, 화학섬유, 자석, 액체, 겔, 거품, 콘크리트, 생분해소재 등


3. 마감(Finishing)

제품의 느낌, 이미지를 결정하며 상품의 완성도와 감성적 품질에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수많은 마감기법 중 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낼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Tools: 유광, 무광, 엠보, 투명, 반투명, 불투명, 크랙

/양각, 음각, 코팅, 도금, 증착, 프린팅, 에칭, 랩핑, 접착, 연마, 형압, 커팅, 몰딩, 봉제 등


4. 쉐입(Shape)

개인적으로 결정하기 가장 어려운 것이 쉐입입니다. 무한대의 창조가 가능하며, 금형이나 가공작업이 불가한 경우도 많습니다. 기술자와 디자이너 사이에 밀당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합니다.

*Tools:평면과 입체, 크게 작게, 길게 짧게, 높게 낮게, 두껍게 얇게, 곡선과 직선, 액상과 고형, 파우더, 끈형태와 메쉬형태, 정형과 비정형 등


이와 같은 디자인의 요소를 CMFS(컬러,소재,마감,형태)라고 합니다.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 위 요소를 대입하는 과정을 거치면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 요소가 보이곤 합니다.

개발해야 하는 상품을 놓고, 위의 툴을 사용하여 레고블럭 끼우듯이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 봅니다.


“빨대”를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기능상으로 차별화가 어려운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디자인 차별화를 통해 어떻게 다양한 가치를 부여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컬러 차별화



2. 소재 차별화


3. 마감 차별화


4. 쉐입 차별화

빨대의 기능상에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각각의 CMFS를 통해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 느껴지시나요? 변화와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카테고리의 상품들도 CMFS를 대입해 보면 차별화된 기획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쉽습니다.

디자인의 요소들을 바꾼다고 해서 매출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거나 고객이 자사의 제품의 팬이 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왜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하고자 하는 것일까요? 눈에 잘 띄려고? 디자인이 좋으면 잘 팔리니까? 아래의 사례를 통해 제품 디자인의 궁극적 지향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린다.

 현대카드는 디자인 경영으로 유명합니다. 카드의 본질은 서비스와 혜택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사용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전환시키고자 했습니다. 따라서 카드 디자인의 차별화는 필수였습니다. 다양한 CMFS의 변주를 통해 성공적인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한 사례입니다.

[출시된 현대카드의 다양한 이미지, 출처=홈페이지]

[컬러의 다변화, 소재를 바꾸고(메탈), 새로운 질감의 적용(톱니), 모양의 변화(세로형디자인), 사이즈 변화(미니사이즈), 홀로그램 적용 등]


현대카드는 고유의 서체개발, 디자인 라이브러리 개관과 더불어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진행하여 경쟁사와 차별화되고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였습니다. 디자인 경영은 단순히 선과 색깔을 통해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니라 창조적 라이프 스타일을 혁신하고자 함이라는 것입니다.

(출처: 현대카드 이코노믹리뷰 인터뷰자료) 

즉, '디자인'은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표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말로 전하는 것보다 '손쉽게' 알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시대가치의 메시지'를 나타낸다. 

미국의 생수브랜드 리퀴드 데스(Liquid Death)의 디자인은 특이합니다. 일반적인 생수 브랜드가  투명한 용기에 맑고 깨끗한 이미지를 담으려는 것에 반해, 리퀴드 데스는 알루미늄 캔에 해골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메시지는 단순하면서 강렬합니다.

플라스틱을 죽여라”(Death to plastic)

[리퀴드 데스 생수, 출처=리퀴드 데스 홈페이지]

기존 업체가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를 채택한 것과 달리 불투명하지만 재활용이 쉬운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하여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하였습니다. 브랜드 곳곳에 거칠고 센 이미지를 적용시켜 경쟁자와 차별화하였습니다. 소수의 팬덤형성에 집중한 사례입니다.

[좌: 에비앙, 우:리퀴드 데스, 출처=각 사 판매사이트]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더불어,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을 제품에 투영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으로부터 지속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자 하였습니다. 차별화된 디자인을 '목표'가 아닌 브랜드 정체성과 메시지를 나타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 것입니다.


 스타트업이나 후발주자가 기존 경쟁자와 유사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접근해서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주어야 합니다. 본인만의 정체성과 가치를 전달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체성과 가치를 표현하는 방법이 바로 디자인입니다. 컬러, 소재, 마감, 쉐입이라는 도구를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CMFS의 요소를 통해 차별화된 오감을 사용자에게 전할 수 있습니다. 

[멘디니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인간중심의 감성과 행복이었습니다]


카피(Copy)는 오리지널(Original)을 이길 수 없습니다.

 소비를 통해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표현하는 시대입니다. 제품 디자인에 브랜드의 '시대정신'과 '사회적 책임의식‘을 담아야 합니다. 존재의 이유가 없다면 구매의 이유가 없습니다. 가품이 아무리 훌륭하고 정교해도 진품을 흉내 낸 가짜일 뿐입니다. 뒤집개에 오일 브러시에 '스마일' 얼굴을 담았다고 해서 고유의 정체성이나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가 드러날까요?  알레시의 카피가 될 뿐입니다.

중국제품이 아무리 품질이 좋아져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이러한 것들의 부재 때문 아닐까요? 사용자에게 감동을 주는 매개체가 아닌 저가 소모품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이유입니다.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일관성‘입니다. 알레시는 일관되게 인간적 감성과 따뜻한 행복을 표현했습니다. 한두 번의 작업이 아닌 지속되고 일관된 결과물을 통해 실용적이면서도 사용자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단순한 빨대 디자인에서조차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보편 의식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많은 스타트업에서 그때그때 바뀌는 유행이 아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보편적 가치를 담으셨으면 합니다. 이를 담아내는 제품의 CMFS를 찾아 구현하시길 바랍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도 자신만의 영역을 반드시 구축할 것입니다. 진심을 담아 시대적 소명을 표현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롤렉스 서브마리너 가품 VS 진품, 출처=네이버 카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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