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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zelo Jun 25. 2022

블록체인이 가야 할 길

블록체인이 가야 할 방향

전편에서 블록체인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이후 개인 사정으로 시간이 없어 4편을 작성하지 못했다. 


4편에서는 NFT에 관해 다룰려고 했지만 최근의 사건들로 인해 다시 한번 블록체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4편에서는 블록체인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이전에 마이너의 권한을 언급한 적이 있다. 


마이너가 지나치게 큰 권한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현존 시스템에 비유하자면 물건을 구매하려고 카드를 긁었는데 수수료를 덜 냈거나 세금을 적게 냈다는 사유때문에 카드사에서 무작정 내가 결제한 거래를 취소해버리는 셈이다. 즉 마이너가 거래에 대한 모든 권한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규칙은 블록체인이 의도했던 철학을 생각하자면 상당히 모순적이다. 


시스템이 이렇게 설계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가정하는 마이너의 존재 자체에 있다. 


마이너는 채굴을 하고 수수료를 통해 보상를 얻으며 코인 베이스를 통해 해당 블록체인의 코인을 추가적인 보상으로 얻는다는 규칙은 모두 마이너가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했기 때문에 존재한다. 


이기적인 존재는 보상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정당한 보상을 주어야 한다. 블록체인의 개념에 대해 조금이라도 살펴봤다면 정당한 보상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접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너에게 막강한 권한이 주어지는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야할까? 


프로토콜 내에서 새로운 규칙을 합의해야할까?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마이너의 이기심을 없애는 것이다. 마이너가 이기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기적인 마이너라는 가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공적인 마이너의 탄생이다. 


공적인 마이너는 누가 맡아야 할 것인가? 


블록체인이 인프라 기술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알맞은 후보가 떠오른다. 


바로 국가이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국가가 블록체인 노드를 돌리고 구성원들의 거래를 채택해서 블록을 생성하는 일을 도맡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블록체인이 진정한 인프라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블록체인의 장점을 살려서 투명하고 안전한 네트워크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견제와 감시가 필요한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방안들이 효과적으로 마련될 것이다. 


이와 같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장애물을 마주한다. 이 장애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블록체인을 검색하고 관련된 기사를 조금이라도 훑어본다면 알 수 있다. 


압도적인 분량의 스캠과 개인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 혹은 새로운 코인 상장과 홍보에 대한 기사가 쏟아진다. 


지금의 블록체인 생태계는 마치 정글과 같다. 정해진 질서와 규약은 존재하지 않고 온갖 스캠들이 난무한다. 스캠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추락한 신뢰때문에 가격은 폭락한다. 거래소가 들고있던 거액의 코인이 청산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로 인해 거래소는 개인의 입출금을 본인들의 판단 하에 정지하고 거래를 중지한다. 


이것이 블록체인이 그리는 미래인가? 


제 3자의 개입없이 누구나 상대방과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교환 수단인 암호화폐가 누군가에 의해 타의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요동치고 개인간의 거래조차 중지시키는 것이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를 지향하지만 거래소가 중앙화되어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기술과 생태계는 한 몸이다. 단순히 거래소가 문제기 때문에 블록체인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은 유효하지 않다.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서 그저 스캠을 벌인 개발자들과 담당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 반복되는 문제들에 대해 그저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관련 법규의 부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법 제정을 이야기하면 한 편에선 그러한 시도가 블록체인의 근본적인 의미를 훼손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규제의 형태가 어떻게 되냐에 따라서 어느 정도 맞는 말일 수 있지만 나는 법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진정으로 블록체인이 살아남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법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억울하게 피해를 본다면 그에 대한 구제와 처벌을 진행할 수 있는 법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발생하는 피해들이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익명성으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라고 말하기에는 피해 금액과 피해자들이 너무 많고 사건이 빈번하다. 생태계 발달을 위해서라도 관련 법규는 필요하다. 


법을 제정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즉 양지에서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블록체인에는 법규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면 블록체인이 원했던 것이 무질서한 아나키즘의 극단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만약 아나키즘과 무정부주의가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철학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블록체인은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블록체인과 같은 기술의 잠정적인 목표가 국가의 해체 혹은 축소를 추구하는 방향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계속해서 존재해야하고 모든 기술은 현존 시스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기술이 되어야 한다. 그저 기존 시스템을 뒤엎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미가 기존 시스템의 장점을 모두 버리고 밑바닥부터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블록체인을 통해 만들겠다는 미래는 순수하게 기존 시스템에 대한 반항심에서 출발했다는 것이 핵심적인 의의가 될 것이다.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보완하는 수단으로써 블록체인이 쓰여야 한다. 



기술이 살아남고 주류에 편입되는 현상의 절대적인 이유는 해당 기술의 혁신 가능성과 완성도가 전부가 아니다. 


사람들이 받아들이냐 마냐가 중요하다. 


똑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혁신 가능성과 완성도가 높다면 당연히 사람들이 사용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며 거액의 투기성 자본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에선 안정적인 생태계를 꾸리기 힘들다. 


완성도와 혁신 가능성과는 별개로 믿을 수 없는 기술이라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 물론 블록체인은 완성도에 있어서도 한참 부족하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곳에서는 큰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블록체인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꽃을 피울 것인데 첫발을 내딘 곳이 유난히도 많은 잡음이 들린다면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이 탄생하기 어렵다.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결국은 기술력보다 실체없는 키워드를 내세워 투자금을 유치하려할 것이고 이로 인해 생태계의 성숙이 이뤄지기 힘들다.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높은 확률로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블록체인은 굉장히 흥미로운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을 공부하면서도 기술에 인간 심리를 엮어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기술은 처음 보았다. 기술적으로 재밌는 내용들이 있으면서도 기술 도입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고민이 많이 묻어있는 기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코딩 방식을 Base64에서 Base58로 바꾼 내용을 본다면 이러한 고민들을 살펴볼 수 있다. 


예술적인 개념들이 많았기에 너무나 흥미로웠다.  


하지만 일부 과장된 내용이 있고 성능 또한 부풀려진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킬러앱조차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래를 그저 긍정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긍정적인 예측은 좋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와중에 마냥 긍정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금물이다. 


가까운 미래에 블록체인이 기술적으로 성숙해져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의 형태로써 쓰이거나 또는 이더리움에서 실현될 새로운 가능성으로 재미난 기술들과 시도들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최근 일어난 사태들은 모두 안타까운 사건임이 틀림없으며 많은 피해를 남겼다. 하지만 기술의 미래를 보자면 거품이 꺼지면서 실체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거품이 많은 기술은 뛰어난 안목이 있는 투자자나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실체를 종잡기 어렵다.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일어난 사건들이 오히려 블록체인이 원했던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해서 본인의 한계와 단점을 명확히 알고 새로운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다. 모순적이며 불완전한 부분이 많다. 기술에 대한 내용은 그저 개인적으로 흥미롭다고 느꼈고 혼자서 공부하면서 재밌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하지만 불완전하다고 생각되는 와중에도 개인적으로 블록체인이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탄생의 이유에 있다. 


기술로 사회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많은 엔지니어들이 시간과 자원을 쏟아부어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제품을 만들어 마냥 돈을 벌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를 바꾸겠다는 대담한 시도를 이끌고 있는 기술이다. 


그러한 점에서 블록체인이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질문과 의견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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